마음 일으키기 스무 번

by 션샤인

잠자기 전 침대 위에서 윗몸을 스무 번씩 일으키고 있다. 얼굴이 못생겨지고 뱃살이 당기는 데 묘하게 기분이 좋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든 스무 번을 일으키고 나면 마음이 되살아 난다.


몇 년 전부터 PT를 받았다. 발레 하던 선생님의 필라테스 PT로 시작하여 헬스 PT까지 3년 정도 된 거 같다. 운동하는 게 습관이 되자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답답하다. 한강 산책을 수시로 하고 한강에 있는 운동 기구들도 해보고 출퇴근할 때 따릉이를 즐겨 탄다. 달리기도 시작했다. 헉헉 거리며 달리기를 하면서 느껴지는 탈진 상태를 좋아한다. 올해 5월 얼굴을 심하게 다쳐 PT를 멈출 수밖에 없게 되면서 찾은 대안들이 PT를 제치고 주로 하는 운동이 되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점점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운동에 관심이 간다는 것이다. 타인의 지지 없이 누구에게도 좋은 동작, 어떤 시간에도 가능한 운동 말이다.


차인표 님이 인생을 잘 사는 세 가지 습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읽기, 쓰기, 운동이라고. 이 모든 것들을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돈을 쓰며, 선생을 구해, 여럿이 함께. 하지만 결국 스스로, 혼자서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기까지가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계기가 언제 시작될지 모른다.


#읽기와 쓰기

본격적으로 긴 글을 읽기 시작한 건 7살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아버지는 외출 하시는 날 종종 노랑 봉투 안에 강남 교보문고에서 책 2~3권을 사다 주셨다. 신사임당과 이율곡, 세종대왕 같은 위인전이 나의 독서의 시작이었다. 책 뒤에는 독후감을 쓰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그 페이지를 채우며 삐뚤빼뚤 소감을 남기곤 했다. 독후감을 쓰고 나면 뭔가 모르게 뿌듯했다. 쓰기의 첫 경험이었다. 이후 읽기와 쓰기는 혼자서도 잘하는 습관이 되었고, 30대 중반부터는 여럿이 도 함께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운동

초등학교 때 고무줄놀이를 진짜 자주 했고, 시골로 전학을 가면서 등하교를 자전거로 하고 가끔씩 하이킹도 가는,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다. 운동의 시작은 자전거 타기였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때인가 단체 줄다리기를 하다 오른쪽 팔을 심하게 다쳤다. 병원을 꾸준히 다녔어야 했는데 물리치료를 멈춘 탓에 일평생 팔힘이 약한 채 살아가고 있다. 모든 운동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20대 헬스, 요가, 수영 30대 승마 등 관심을 갖었던 운동들은 끝까지 해내지 못했다. 그러다 PT를 본격 시작하며 오른쪽 팔 재활에 집중했다. 오른쪽 어깨가 왼쪽과 균형이 잡히는 걸 목도하고 나서야 운동도 내 것이 된 것 같다. 혼자도 자연스럽게 하는 상태.


이 세 가지는 모두 마음을 일으키고, 삶을 일으키는 데 유용하다. 이 세 가지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원대한 목표보다 마음이 가난하고 어려운 일을 겪어야 만하는 지점에서 빛을 발하지 않나 싶다. 과거의 큰일이 오늘은 별거 아닌 일이 될 때, 어제의 불편한 마음이 오늘은 무심해지기도 한다. 자기를 자기 자신으로 돌려놓는 세 가지 방식으로서의 읽고, 쓰고, 운동하는 일의 가치는 언어 안에 모두 담기 힘들다. 내가 인생에서 유지하고 싶은 상태가 있다면 이 세 가지를 하지 않을 때 찝찝하고 불편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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