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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생 화두

Gray Life

by 션샤인

삼십 년이 지나 내 나이 일흔이 넘는다면 나는 어디에 있을까. 무슨 옷을 입고 있을까.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어떤 이들과 어울리고 있을까. 그때에도 이성을 사랑하고 있을까. 함께 일까...


한국에 있을까. 후드티와 청바지, 비키니가 어울릴까. 어린이들에게 말을 걸고, 타인에게 다가가 먼저 친절을 베풀고 있을까. 누적 기부금은 얼마나 될까. 좋아하는 책을 스스럼없이 읽을 수 있는 시력을 유지하고 있을까. 동생과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을까. 마흔이 넘은 딸과 일주일에 몇 번이나 웃으며 대화할 수 있을까. 새로 알게 된 작가가 몇 명이나 되려나. 나는 소설을 쓴 작가도 되어 있으려나.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있으려나? 한 달에 얼마를 쓸 수 있으려나? 상시 복용해야 하는 약이 있으려나? 여전히 한강 산책을 사랑하려나. 여행지 낯선 재즈 바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려 어깨를 들썩이고 춤도 추게 되려나. 신체 활동이 더디고 각종 기술에 뒤떨어져가는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으려나. 주변인들에게 사랑한다, 사랑해요.라는 말들을 더 자주 하며, 포옹으로 마음을 전하는 달달한 할머니가 되어 있으려나. 죽음이 다가와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감사히 여기는 멋진 노인이 되어 있으려나. 과거와 현재, 미래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존중하고 애정하는 힙하디 힙한 어른이 되어 있으려나.


내 나이 일흔이 넘어서도 홀리하고 섹시한 여성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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