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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샤인 Sep 10. 2020

[한용운] 복 종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고픈 온리원을 만나는 상상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만해 한용운 님은 국가와 석가를 염두하고 시를 쓰셨다지만

저는 주로는 연인과의 관계를 떠올리며 이 시를 곱씹었던 것 같습니다.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달콤함을 이성에게 느끼려 했다니요...

관계가 지속되면 고개를 드는 자아, 맞춰주고 따라주다 보면 피로감에 멈추고 싶어 지는 마음들...

씁쓸하지만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희망이지 않았을까요?


어떤 멋있는 사람을 발견해도 곧 실망하고 있었어요. 상대도 그랬겠죠?

스스로에게도 시시각각 실망하는데 타인이 완벽하길 바랬던 건 저의 오만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은 입체적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참 좋았어요.

저의 시야로 상대를 평가하고 기대하고 실망하는 수레바퀴에서 한 발짝 물러설 수 있겠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체적인 모습을 온전히 품고도 온리원인 누군가를 꿈꾸게 되네요.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저는 기꺼이 나를 내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전 생애를 거쳐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될 때가 있어요.


학창 시절 시험 문제지에 나왔던 서정시가 몇십 년에 걸쳐 제 모습과 관계를 비춰줍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을 찾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에요.


짤은 글에 긴 생각과 상상을 담을 수 있어서 저는 시가 참 좋습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D%95%9C%EC%9A%A9%EC%9A%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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