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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샤인 Apr 03. 2020

어른

자신이 한 말을 기분 좋게, 기꺼이 책임지는 사람

" 에스프레소 먹으러 왔어요."


사무실에 B가 오셨다. 어제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놓고 가신 가방을 가지러 오신 모양이다. 책상에 앉아서 골몰하게 무언가를 생각 중이었던 나는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 네 잘 오셨어요. "


illiy 커피 캡슐 통을 찾고 머신에 물이 있는지 확인했다.


" 우유도 필요하세요? "

" 아이코 당연히 있는 줄 알았는데...?"

" 잠깐만요, 가져올게요."

어제 어런저런 좋은 대화를 한가득 해주시러 오셨었는데 에스프레소와 함께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드렸었다.다행히 사무실 근처에 집에 있기 얼른 다녀왔다. 숨이 헐 떡 헐떡한다. B는 근래에 잠을 잘 못 주무시기 때문에 그 좋아하는 커피를 오전 시간밖에 먹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가져오신 컵에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우유를 드리려던 찰나였다.


" 참, 나는 투샷으로 먹어요! "

" 아... 투샷이요? "

" 지금 머신에서 한번 더 내리면 될까요... (어색한 침묵) 아, 새 캡슐로 한번 더 내려야겠네요. "


그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일어나고 심경이 복잡해졌다. 생각들이 너무 쪼잔해서 지면에 남기기가 부끄럽다. 생각을 쑥쑥 감추고 웃으며 또 오시라며 마중했다. 그런데 가시던 길을 돌아서 노크를 하신다. 우유를 놓고 가셨다는 거다.


" 앗 여기 있네요 "


다시 챙겨드리고 자리에 앉았다. 5분이 채 안되어 B가 다시 오셨다. 한 개를 가방에 넣어두신 걸 몰랐는데 결국 2개를 가져오게 되어 하나를 돌려주시려고 오셨다고 하신다. 그냥 드셔도 된다고 하는데 극구 사양하시고 정말 맛있게 먹겠다고 고맙다고 하신다. 서프라이즈로 가끔씩 오시겠다는 말씀을 남기신다.


책상에 앉았다.

평소에 매우 쿨하고 마음 넉넉한 사람인 것처럼 그분께 자주 하던 멘트가 생각났다.


" 사무실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커피 드시고 싶을 때 불편해하시지 마시고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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