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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생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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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샤인 Apr 09. 2020

엄마의 손을 보았다

엄마의 카톡 문구는 "깨달음"

" 아직은 손이 곱네..."

" 나이 드니까 손이 점점 커진다. "

" 손도 같이 늙네... 손도 관리해야 해 "


" 그래, 엄마 "  대답에 영혼이 반스푼 자라다.


 손이 거칠어 보이지 않는 건 주로 노트북만 있으면 되는  일을 하기 때문이고, 그거 말고는 딱히 제대로 하는 게 없어서다.


엄마는 오랜만에 딸네 집 오셔서 쉬시라는데도 피곤한 몸을 일으키신다.


다리를 약간 벌리신 채 서서 밀린 설거지를 하신다.

허리가 안 좋아지신 뒤로 어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구부정한 자세를 하고 계신데 그 자세가 제법 자연스다.


가슴 아프게...


지금의 내 나이를 살아내시던 엄마 모습이 생각난다.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참 예쁜 사람이었다.

우리 엄마, 밝고 상냥한 여성이었다.


엄마가 엄마의 역할을 하는 한 사람으로,

여성이라는 사회 구성원으로 보일 때까지


나는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 속에서  많은 걸 받으면서 받는지 몰랐다. 모른척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다른 친구보다 착한 딸이라고 으스대기까지 했다.


엄마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면

나는 엄마의 생을 어떻게 이야기하게 될까?

엄마가 나의 딸이 었다면

나는 엄마의 생을 어떻게 이야기까?


엄마가 생에 쏟은 수고와 인내가

고스란히 당신에게 돌아갔으면 좋겠다.


오 년이 넘게 엄마의 카톡에는 내가 여행 갔던 사진이 걸려있었다.


얼마 전 사진이 없어졌다.

대신 "깨달음"이라는 문구가 생겼다.


엄마는 무엇을 알게 되신 걸까?

엄마는 무엇을 깨달아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그게 무엇이든 진정엄마 자신을 위한 것이길...


" 엄마 어제 잘 갔는지 전화도 못했네~~~ 오늘도 파이팅 ^^ "


엄마의 시간과 공간을 한참이나 넘나들다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 결국 보낸 메시지다...


" 잘 왔어  오늘도 감사하는 맘으로  수고~♡ "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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