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낭비되지 않는다.

폴인의 '구마유시' 인터뷰를 보고

by 박예찬

마음이 소란스러운 날이면 누군가의 문장에서 답을 찾으려 헤매곤 한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지금 있는 일들을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 것인가? 와 같은 업무의 압박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내 안에서 조금씩 차올라 나보다 앞서간 사람들의 인터뷰와 글을 찾아봤다.


그러던 중 최근 폴인에서 읽게 된 프로게이머 구마유시(이민형) 선수의 인터뷰에서 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문장을 만나게 되었다. 전 세계 롤 프로게이머들의 목표인 롤드컵이란 대회에서 3회 연속으로 화려한 우승컵을 든 선수의 이야기였지만, 내 눈에 들어온 건 그가 승리를 거머쥐기까지 통과해 온 지독하리만큼 고요한 시간들이었다.

image.png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구마유시 선수 / 출처 - 스포츠서울



"힘든 시간은 이겨내는 게 아니라 버티는 거다."
KakaoTalk_20260118_164049265.png 폴인 인터뷰 발췌


구마유시 선수의 이 한마디는 '극복'이라는 단어에 지쳐있던 마음을 건드렸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이겨내야 한다고,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인생에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날씨가 있다.

폭풍이 몰아칠 때는 달리는 게 아니라, 발을 땅에 굳게 붙이고 버티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를 만든 건 화려한 도약이 아니라,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냈던 그 비겁하지 않은 '버팀'의 경험들이었다. 그 시간은 정지된 시간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라는 사람의 뿌리가 깊어지는 시간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건 상황 그 자체보다, "너는 왜 그것밖에 안 되냐"는 세상의 목소리, 그리고 그 말에 동조하는 나 자신의 의구심이다.


KakaoTalk_20260118_164049265_01.png 폴인 인터뷰 발췌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주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내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쌓아온 '경험'들이다.

내가 어떤 때 기뻐하고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무너졌을 때 어떻게 다시 일어나는지.

이런 사소한 경험의 데이터들이 쌓여 비로소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온전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나를 온전히 알게 될 때, 세상의 흔들림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된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수집한다.

어떤 경험은 찬란한 성취로 남고, 어떤 경험은 쓰라린 상처로 남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통과해 온 그 어떤 경험도 낭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패의 경험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고, 버팀의 경험은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그렇게 굳게 뿌리내린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한다.


지금 혹시 터널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혹은 자신의 경험이 무의미해 보여 조바심이 난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당신이 지금 버텨내고 있는 그 경험이
결국 당신을 가장 온전한 모습으로 완성해 줄 것이라고.
그리고 경험으로 단단해진 마음이 머지않아
당신만의 고유한 빛을 뿜어낼 것이라고 말이다.


오늘 본 영상 - 구마유시 이민형, 프로 선수가 승부욕과 패배감을 다루는 방법

https://youtu.be/G4pCZ6M35KU?si=PFtsRjycfFPiHl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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