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깊이 파고든 핸드폰
터널이라는 영화를 봤다.
완전 고립된 상황에서 생명과도 같은 것이 있다. 바로 핸드폰.
핸드폰을 통해서 자신의 생존을 알리고 위치를 전하며 가족에게 통화까지 한다.
그 상황에서는 핸드폰은 제 2의 심장 역할을 한다. 만약 핸드폰의 배터리가 떨어져 통신이 끊기게 되면 극도의 불안 증상이 나타날 것이다. 또한 심장의 박동 수도 빨라지고 호흡 곤란까지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비단 고립된 상황에서만 핸드폰의 ‘위안효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닌 듯하다. 출근할 때 핸드폰을 놓고 나와서 하루 종일 핸드폰 없이 지내게 되면 깝깝함이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정신 불안 증세까지 일어난다. 누가 시비를 걸면 살인 까지 벌어질 판이다.
‘미디어 치매’라는 말이 있다. 현재 외우고 있는 핸드폰 번호 세 개를 술술 말하지 못하면 그에 속한다고 한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아들에게 핸드폰을 사줬다. 원활한 연락망을 구축하기 위함도 있지만 대세에 따른 처신도 일면 있다. 친구들 모두 핸드폰을 가지고 다닌다고 하기에...
핸드폰이 없을 땐 그래도 집에 오면 책도 보고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핸드폰을 사주고 나서부터는 좀비가 되었다. 핸드폰을 할 때만 좀비에서 탈바꿈한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들의 머리엔 핸드폰을 능수능란하게 작동하는 칩이 자연스럽게 내장되어 있나보다. 간혹 내가 핸드폰 기능을 몰라 물어보면 척척 해결해 준다. 그래도 내가 핸드폰 사용 경력이 20년은 더 되는데 말이다.
내가 자주 활용하는 핸드폰 기능은 통화와 SNS, 그리고 프로야구 유료 영상이다.
요 세 가지 기능을 위해서 한 달에 핸드폰 요금을 약 8만원을 내고 있다. 사용하는 양질에 비해서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도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핸드폰은 진리요 생명이요 희락과 화평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생애의 대세는 핸드폰이다. 그러니 핸드폰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 첩경이다. 그래야 나도 살고 자식도 살고 인류가 구원을 받을 수 있다.
터널 안에 갇힌 정수(하정우)는 배터리가 75%였다.
75%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구조의 향방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