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해...
“인문학의 본질은 지적 대화가 가능한 넓고 얕은 지식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채사장의 말이다. 인문학이 소수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안 되고, 싸구려로 전락되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지식을 공유한다.
택시기사나 대학교 교수, 그리고 나 같은 트레이너가 공통분모로 대화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인문학인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은 좁고 깊어서는 안 된다. 좁고 깊은 것은 전문적 영역인 것이다. 택시기사가 트레이너의 ‘트레이닝 방법론’을 깊이 알 수 없는 것이다. 각각의 전문적 지식 외의 것. 그것이 인문학이다.
대기업 인재상도 이와 같다.
예전엔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의 전문성만 있으면 밥벌이 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변하고 있다. 즉 전문성은 기본으로 갖고 있으면서 다른 분야에도 능통한 인재를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을 ‘T' 인재상이라고 부른다. 수직적 성분인 전문성과 수평적 성분인 교양을 갖춘 인재 말이다. 분명 워런 버핏 이나 빌 게이츠,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판을 키워 놓은 것이 한 몫 했을 것이다.
요즘 ‘지대넓얕’이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듣고 있다. 네 명의 패널이 나와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갑론을박’하면서 대화를 이끌어 간다.
그들이 나누는 다양한 대화를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된다. 그러면서 내 생각을 패널이 대신 얘기해 줄때 마음이 후련해지기까지 한다.
대개의 경우 말을 하고 싶지만 그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어서 머릿속 시냅스가 비활성화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할 말을 하고 싶지만 입가에서만 맴돌게 된다. 발산해야 또 다시 채워지는데 안에서 곪아서 썩을 수밖에 없다.
이젠 전문성 너머의 ‘메타언어’에 관심을 갖아야 한다. 그래야 시냅스의 통로가 열려 고인 지식들이 밖으로 분출할 수 있게 된다. ‘메타언어’의 습득은 인문학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 인문학의 습득은 사람의 동선을 따라 가면 가능하다. 그것이 책이든 여행이든 그 어떤 것도 좋다.
사회적 관계를 떠나서는 우린 한 순간도 살 수 없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 의해서 비롯된다는 말도 있다.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서로간의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대화의 내용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전공에 관한 지식에만 한정되어 있다면 관계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탈피하려면 다양한 지식을 섭렵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그래서 T형 인재상이 각광받는 것이다.
나는 책이나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노트하는 일을 5년째 하고 있다. 5년간 제법 많은 글들이 모였다. 짧은 글도 있고, 긴 글도 있고, 형편없는 글도 있고, 나름 평판이 좋았던 글도 있다. 그런 나를 보고, 아내는 말한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사서 하냐고...’
‘감상 노트’를 기록하는 것은 인문적 소양을 키우는 핵심적 방법이다. 전공에 관한 내용을 말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적다. 우린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눈다. 대화의 주제도 매번 바뀐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이러한 것이다. 한 번쯤은 써먹기 위함이다. 내가 썼던 글을 꺼내어 시기적절하게 내 말에 대한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게 예시로 적용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신기한건 한 번 적용하고 나면 그 내용은 잘 잊혀 지지가 않는 다는 것이다. 마치 외웠던 영어문장을 회화 가운데 써먹으면 까먹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넓고 얕은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 지식은 인문학이면 문안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