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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행을 마치고...

낯선 곳과의 조우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추석 연휴 첫날에 우리 가족은 포천 베어스타운에 도착했다. 명절 때 친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이번만큼은 큰마음 먹고 가을 여행을 떠났다.

한적할 줄 알았던 이곳은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곳 사람들도 소수의 가족단위로 온 부류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번 추석은 5일 내지는 길게는 7일을 쉴 수 있기 때문인지 공항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평소 일에 치여 살아서 그런지 휴일만 되면 어디든 떠나려 하는 성향을 갖게 되었던 걸까.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나 있다. 실상 이곳에서 특별히 하는 것 없이 방에서 주구장창 먹고 자고 티비만 봤는데 아이들은 연신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포천 베어스타운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처형 댁과 합류하기 위해 서둘러 약속 장소로 출발하였다. 도착한 곳은 ‘허브 아일랜드’였다. 온 천지가 허브와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아이들만 없었으면 대충 돌고 나왔겠지만 동심을 심어주는 차원에서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오감을 키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 때 쯤 모든 행사를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넓은 정원이 있는 펜션이었다. 농장이 달려 있었다. 농장엔 말이 있었다. 페키지로 아이들 말까지 태워주는 모양이다.


사실 처형 댁과는 매년 휴가를 함께 보냈다. 하지만 늘 말이 없다.

처형이 나와 동갑인데 처형 남편은 나보다 한 살 어리다. 그래서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나 늘 고민이다. 그래서 그런지 관계도 서먹서먹하다. 둘이 있으면 정적만 흐른다.

펜션에 오면 늘 하는 고기 굽기. 이글이글 익어가는 삼겹살과 함께 분위기 또한 익어간다. 그래도 두 남자들 사이엔 술잔만 오갈 뿐 이러다할 진전은 없었다.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고기 한 점 입에 물고, 간혹 아이들의 춤추고 노는 모습에 시선을 돌리며 입 꼬리가 올라간다. 차오르는 포만감과 아이들의 천진한 표정을 보면서 “이 또한 행복이라 말할 수 있겠지!” 라고 스스로 다독여 본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펜션 주인이 말을 태워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말을 타기 위해 농장으로 갔다. 두필의 말이 있었다. 암컷과 수컷인 듯 생김새가 약간씩 차이가 났다. 앞 머리카락이 있고, 없고가 큰 구분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미끈한 발목부터 시작된 다리는 엉덩이로 가서는 육중한 상체를 받치고도 남을 만큼의 탄력 있는 근육이 다발처럼 빼곡히 박혀 있었다. 흑인 육상 선수들의 근육을 보고 말 근육이라고 하던데, 말과 흑인의 근육은 정말 닮은 듯 했다.

아이들은 웃음 대신에 진지한 호기심으로 말 타는 것에 집중했다. 말 타는 내내 실 웃음만 짓고 말 타는 것 자체를 즐기는 듯했다. 아이들에겐 독특한 경험이 되었을 법 했다.

말 타기를 다 마치고는 여느 때처럼 아이들은 웃고 떠들어 댔다. 분명 학교에 돌아가서는 자신의 말 타기 무용담을 수다쟁이처럼 늘어놓을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아침을 서둘러 먹고 강원도로 향했다. 김유정역에 있는 ‘레일 바이크’를 타기 위해서였다. 매표소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러니깐 이 많은 사람들이 김유정역에서 강촌역까지 돈 주고 ‘레일 바이크’를 타고 열불 나게 폐달을 밟으면서 이동하는 것이다. 사서 고생이다. 그러나 그 고생 안에는 ‘가족과 함께’라는 전제가 붙기에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행하는 것이리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처형 댁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했다. 2박 3일 가족 여행. 종종 다녀야겠다. 아이들에게 경험적 지식을 쌓는데 매우 좋은 방법임은 잘 알고 있기에.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책을 통해서 얻는 지식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하이데거도 그랬다. 낯선 곳과의 조우를 통해서 이성이 시작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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