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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조합

엄마와 나 그리고 자식들

장모님 댁에 갔다. 집에 돌아 올 때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 주셨다. 언제 이리 음식을 많이 하셨는지... 아내와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있는 것 없는 것 꾸역꾸역 집어 넣으셨다.

굶는 것도 아닌데 어머니는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와 같은 행동을 하시는 듯하다. 딸을 둔 엄마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이와는 대조적으로 엄마는 잘 챙겨 주시지 않는다. 여태껏 먹으라고 싸주신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엄마는 음식 솜씨가 걸리시는 모양이다.

솔직히 엄마는 요리 솜씨가 별로다. 오랫동안 먹었지만 그저 그랬다. 장모님의 음식 솜씨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차이가 났다.


엄마와 장모님은 음식 솜씨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 또한 다르다.

개천절 휴일인 오늘도 장모님께서는 돈을 벌기 위하여 오후에 일하러 나가셨다. 평생 장모님께서는 일을 쉬지 않으셨다. 세상 돌아가는 것도 잘 알고 계신다. 특히 부동산 중개업을 하셔서 어디가 노른자 땅인지 척척 알고 계셨다.

하지만 엄마는 아버지와 결혼 하신 이후에는 평생 가정주부로 사셨다. 아버지께서 벌어 오신 돈을 가지고 알뜰살뜰하게 가계부를 기록하셨다. 세상 물정은 말할 것도 없이 문외 하셨다. 집안에서 살림만 하셔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더욱 자식들에게 의존하시며 생활하셨다.




생활력 강한 장모님 아래에서 커 온 아내와 온실 속 꽃처럼 자란 엄마 밑에서 생활한 나.

아내와 나의 모습도 차이가 났다. 아내는 진취적이고 나는 보수적이다.

아내는 일을 저지르는 스타일이고 나는 될 수 있으면 일을 벌이지 않는 스타일이다.

차를 구입하는데 있어서도, 집을 알아보는 경우에도, 심지어 여행에서 묵을 펜션을 예약하는 일에도 아내는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한다. 내게는 정말 어려운 일인데 말이다.




세 명의 자식들도 하는 모습을 보면 반반씩 닮았다.

첫째 아들은 소심한 편이고 둘째 딸은 대범하고 셋째 딸은 반반이다.

셋 다 똑같은 것은 혈액형이 B형이라는 것.




아참 아내와 나의 다른 면이 또 하나 있다.

아내는 생활 아이큐가 높은 반면에 나는 공부 아이큐가 높다.

세 명의 자식들이 아이큐는 똑같이 반반 닮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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