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와 배려 그리고 대화
며칠 전 아내와 잠깐 말다툼을 했다. 아이들 교복에 메는 넥타이를 찾는 일 때문이었다.
자식이 많다 보니 각각의 넥타이를 찾는 일도 쉽지가 않았다.
볼멘소리를 하는 아내를 보고 나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러 길래 그때그때 한 곳에다 모아 두었으면 이렇게 힘들게 찾지 않아도 되잖아!”
안 그래도 정리 되지 않은 집안 살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데 내가 던진 말은 아내의 정곡을 찔렀나 보다.
실은 아내가 정리 정돈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세 명의 자식들은 옷 정리를 하는 습관이 정립이 안 되어서 아무 곳에나 두곤 했다. 교복뿐만 아니라 집에서 입는 옷이며 태권도 복 등등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매번 아이들에게 한 소리 하면서 고칠 것을 당부하지만 쉽사리 고치질 못했다.
아내는 내가 한 말이 너무 화가 났었나 보다. 좀처럼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부부라는 관계. 정말 가깝고도 먼 듯하다.
가끔씩 아내는 평상시에 보이지 않았던 내 모습을 보고는 의아해 했다. 그러고는 ‘속아 결혼했다’면서 푸념 섞인 말을 늘어놓는다.
가령 방귀를 피식피식 꼈는데 냄새가 너무 지독하다고 그러질 않나, 팔이 안 펴지는 것(어렸을 적에 팔이 부러졌다)을 보고는 신체적 결함이 있는 것을 숨기고 결혼 했다는 둥 말이다.
그런 아내에게 나는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던졌다.
“그래도 대머리는 아니잖아!”
그런데 내게도 아내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었다. 잘 때 코걸이가 장난 아니게 심한 것이다. 완전 탱크 10대가 지나가는 듯 굉음이 울린다. 한 번은 코 좀 골지 말라고 했다가 내가 언제 코 골았냐면서 따지듯 물었다. 그래서 잘 때 녹음을 해 두었다가 들려주었더니 그제야 꼬리를 내리면서 수긍했다.
참으로 서로에게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되는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요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이혼율이 30%를 넘었다고 한다. 열 명중 세 명 꼴이면 정말 엄청 높은 편이다. 이혼에 대한 이유를 보면 성격 차이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부부는 무엇보다도 봉사와 배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자식이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필요하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아니고서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힘든 현실이다. 서로 힘든 생활고에 찌들어 있다. 특히 여자는 돈도 벌어야 하고 집안 살림도 해야 하고 육아에도 신경 써야 하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래서 현재는 역할을 분담하는 부부도 많아 졌다. 나 또한 그렇다. 분리수거, 아이들 목욕, 이불 및 방청소 등등은 내 몫이다. 한 번은 이런 것들을 지키지 않았다가 이혼까지 갈 뻔했던 적도 있었다.
이렇듯 부부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봉사가 필수 사항이다. 그 안에서 사랑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다. 육체가 힘들면 만사가 귀찮게 마련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요소가 대화이다. 결혼 전에는 좋은 말, 아름다운 말만 골라 썼다가 결혼 하고 나서는 서로에게 여과되지 않은 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 가까운 사이 일수록 말은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간신히 아내의 마음이 전정되었다.
그런데 불똥이 다른 데로 튀었다. 이번엔 정리정돈을 안 하는 아이들에게로 갔다.
“얘들아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