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Oct 19. 2016

마음의 보상

책과 글.

7시 반 수업을 하려다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선생님! 제가 오늘 새벽에 일어나는데 생리통이 심해져서 운동을 못 가겠습니다.”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답장을 보냈다. 당연히 “그래도 오셔야 합니다.”라는 문자는 보내지 않았다. 

생리 현상을 매정하게 당일 취소하는 게 참 꺼림칙했다. 그래서 먼저 오늘 수업 한 것으로 전산 처리하고 다음에 보충 수업을 해 주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내 시간은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하는가?


나는 오늘 7시 반 수업을 하려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근했다. 샤워를 하고 머리 세팅을 다 마치고 마무리로 은은한 향수까지 뿌렸다. 그리고 식당에 내려가 아침 식사를 하고 잠을 깨우기 위해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런데 7시 15분경에 취소 문자가 온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수업은 오전 10시. 갑자기 붕 떠버린 시간에 무얼 해야 하나? 


그래서 시작한 것이 책 읽기와 글쓰기다. 


일의 특성상(회사에 소속된 프리랜서라고나 할까?) 수업 외의 시간엔 다른 업무가 없기 때문에 오롯이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회사 주변 단골 카페에 앉아서 노트북과 책을 꺼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평균 책 읽는 시간이 하루에 10분도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평균치를 올리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제로썸’의 경제 원칙처럼 자유시간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밥벌이는 공치게 되는 것이다.


맘먹고 카페에 앉아서 글 쓰고 책읽기를 시작한 지는 5년 전부터다. 참고로 현재 일하고 있는 곳은 10년차 다 됐다. 5년 전에는 시간만 되면 당구를 쳤다. 당구를 끊었을 때의 당구 실력은 ‘200다이’ 였다. 120에서 시작했으니 많이 향상된 실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참 남는 게 없다. 당구를 왜 그리도 집착했는지 후회스럽다. 그 시간에 좀 더 글쓰기와 책읽기에 눈을 떴으면 더 좋은 글을 썼을 텐데 말이다.


인생은 영원한 것이 없다. 오래 오래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던 아버지도 병마로 인해 떠나셨다. 일도, 사람도, 그리고 가족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그래서 이별 연습을 해야 한다.

나의 책읽기와 글쓰기도 언제 중단 될지 모른다. 

내 나이 마흔 하고도 셋. 아직 살날이 더 많지만 멀쩡한 정신과 성능 좋은 눈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더욱 조급해져 온다. 

현재 누리는 이 여유(카페 가는 일)도 언제 막을 내릴지 모른다. 그래서 더욱 시간만 나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오전에 캔슬 된 수업으로 인해 마음의 보상을 받았다. 


그런데 흘러내려간 가슴은 언제 끌어 올리려나.

육체의 보상도 받아야 할 텐데, 큰일이다. 시간이 부족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지방 저탄수화물’을 대신할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