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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트니스 큐레이터 Dec 27. 2016

펀(FUN)을 추구하는 트레이너

기르보이, 케틀벨

트레이너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한다. 그 당시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론이 있다. 그것은 운동처방의 요소로서 강도, 종류, 빈도, 시간이라는 용어이다.


트레이너가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이러한 운동처방의 요소를 참고하게 된다. 그리고 대상에 따라 차이를 두어 적용해야 한다. 가령 웨이트 트레이닝인 근력운동을 처음 해보는 회원에게 강도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힘들게만 시키게 되면 그 회원은 근력운동이 이렇게 힘든 운동이고 고통스런 운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더 이상 운동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체중감량을 위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유산소성 운동을 하고 싶은 회원에게 일주일 내내 근육운동만 시키면 원하는 목표를 효율적으로 이룰 수가 없게 될 것이다.

빈도 또한 마찬가지다.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직장인에게 일주일에 세 번씩, 그것도 하루에 오전과 오후 두 번씩 와서 근육 운동을 해야 몸짱이 될 수가 있다고 강요한다면 하루 일과가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운동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회원 각각의 욕구와 조건에 맞게 운동처방의 요소인 강도, 종류, 빈도, 시간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보탤 요소가 있다.


그것은 재미(enjoy)이다.


예전에는 운동에 대한 생각은 'no pain, no gain'이라는 표어처럼 심장이 터질듯, 근육이 찢어질 듯 힘든 상황을 극복해 내는 것이었다. 그것을 운동의 정석이라 여겼다. 하지만 요즘 휘트니스 센터에 가면 그렇게 운동기구와 처절한 한판 승부를 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시대가 바뀌었다. 사람들의 의식수준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재미이다. 그래도 효과가 있다면 참을 만하지만, 효과도 없으면서 지루하기까지 하면 그것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기왕이면 재미있게 운동을 하고 싶어 한다. 재미있게 무언가에 빠지게 되면 효율성은 당연히 따라오게 되어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게 피트니스 시장도 조금씩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다양한 운동 방법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중 미국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운동법이 ‘크로스 핏’이다. 이 운동만을 하기 위한 휘트니스 센터가 따로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한사항이 있다. 부상이 없는 신체 건강한 사람들만 가능하다. 노약자나, 약골이나, 관절염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즐길 수 없다. 운동 동작들이 죄다 화려하고 큰 근육들을 사용해야만 한다. 쉬는 시간도 없이 주어진 운동 동작을 수행해 내야만 한다.




내가 근무 하고 있는 센터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서 다양한 운동 방법으로 회원을 지도하고 있다. 그 중에 한 트레이너는 ‘케틀벨(Kettlebell)’이라는 운동기구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안다. 그래서 함께 일하고 있는 트레이너들은 그를 ‘기르보이 트레이너’라고 부른다.

기르보이는 케틀벨을 뜻하는 러시아어 '기르'에서 온 말이다. 또한 같이 쓰는 말이SFG(Strong First Girya)이다.


그는 센터 트레이너 중에서 키가 제일 작다. 외모는 체조 선수를 연상할 수 있다. 다부진 체격에 온 몸이 근육 투성이다. 물론 케틀벨 운동만 해서는 그런 근육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의 탄탄한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케트벨 운동 동작은 너무도 매력적이다. 최근에 케틀벨 대회를 준비한다고 체력 단련실(직원용 헬스장)에케틀들어올리기(역도의 용상과 비슷하다)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한다. 그가 들어 올리는 무게는 한쪽에 24KG이다. 양쪽 48KG을 리드미컬하게 흔들다가 순식간에 들어서 가슴에 걸쳐 놓는다. 짧고 긴 호흡을 몇 차례 가다듬고선 순식간에 팔을 번쩍 펴면서 머리위로 들어 올린다. 그렇게 10분 동안 30회를 반복 하고는 내려놓는다. 나는 24KG의 케틀벨을 들고 똑같이 동작을 시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도저히 들 수 없는 무게였다. 기술적 무지함도 있었지만 손끝에서 전달되는 무게감이 적지 않게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기르보이 트레이너는 그 해 케틀벨 대회에서 68KG 체급에서 10분 동안 20KG 케틀벨로 78번을 들어올려 1등을 차지했다.


케틀벨 동작은 유산소성 운동과 웨이트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효과뿐 아니라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그러한 특성에 따라 많은 센터나 개인 스튜디오에서 케틀벨 운동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또한 병원이나 재활센터에서도 케틀벨을 이용한 재활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 할 정도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헬스클럽에 가면 여성들은 유산소 기구와 스트레칭 하는 곳에만 주로 있었는데 요즘은 웨이트 존(weight zone)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케틀벨을 사용하여 근육을 키우거나 다듬기 위해 운동을 한다.


기르보이 트레이너는 케틀벨 뿐만 아니라 클럽벨, 프라이멀 무브, 태극권 등 다양한 운동 방법들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회원을 지도할 때도 그러한 운동 동작들을 적용하여 트레이닝을 재미있게 진행하고 있다.


운동 처방의 요소로서 ‘재미’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기르보이 트레이너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되는 트레이닝 기술을 갖추고 있어서 함께 근무하는 트레이너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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