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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집에

홀로 있을 때 헛된 마음을 품지 않는다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아이들과 아내가 초등학교에서 주관하는 겨울 캠프에 참석하는 관계로 밤 10시가 넘게 집에 아무도 없었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저녁 6시 반에 퇴근하여 저녁 8시쯤 집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적막함이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정신없이 보내던 퇴근 이후의 시간들이었는데...

대략 내게 주어진 2시간가량의 자유로움을 무엇을 하며 보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연히 보게 된 유투브 동영상에 빠져 시간을 다 탕진했다.


보통 짬만 나면 책을 읽거나 글을 썼는데, 이렇게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대체 왜?

군대에 있을 때에도 이와 같은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군대 안에서는 한정된 자유 시간이기에 피곤을 무릎 쓰고라도 편지를 쓰거나 책을 읽기에 바빴다. 그런데 제대 후엔 그런 열정들은 무한대로 주어진 시간 앞에서 그 힘(열정)을 잃고 말았다.


어쩜 강박에 시달린 뇌가 스스로의 자유를 얻기 위한 자동 조절 기능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가끔 ‘멍때리기’가 뇌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2014년도 10월 27일 서울 시청 앞 잔디밭에서 열린 ‘제1회 멍때리기 대회’도 뇌 휴식을 위한 취지라 생각된다.


하지만 유투브 동영상을 보는 것은 뇌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기에 뇌 휴식에는 도움을 줄 수 없었을 것이다. 유투브를 무차별하게 돌려 보다가 나는 음란마귀의 유혹에 걸려들고 말았다. 평소에는 아이들이 있기에 보지 못했던 영상들이기에 더욱 그 달콤함이 고팠던 것 같다.


2시간이 훅 지나고 아내와 아이들이 집에 왔다.

다시금 집안은 북적북적 거렸다. 세 명이 동시에 내는 소리가 굉음으로 변하여 내 귓속에 들어와 북을 치듯 고막을 쳤다.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피곤이 엄습하여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외마디가 입가에 고였다.

“동영상 괜히 봤다”


오늘은 율곡 선생의 말이 뇌에 스친다.


홀로 있을 때 헛된 마음을 품지 않는다.
모든 악은 홀로 있을 때 삼가지 않음에서 비롯되니,
마음에서 올바르지 않은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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