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오래 쓰는 것
‘삶은 풍화이며 견딤이며 또 늙음이다.’
소설가 김훈의 말이다.
이 짧은 문구에 인생이 다 담겨 있다.
사람의 몸도 세월 속에서 풍화되고 시련의 시간을 견뎌야만 하며, 나중엔 노화로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의 몸은 소모품처럼 하나씩 부위별로 갈아야 한다.
몇 년 전에 나는 눈의 소모품을 갈았다. 눈에 치명적인 결점이 생겨서 한 것은 아니다.
시력을 교정하기 위해 ‘인공렌즈 치환술’이라는 수술을 받았다. 이 수술은 백내장과 시력교정 및 노안까지 잡아준다고 상담 실장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일 석 삼조의 효과를 기대하며 과감히 결정했다.
많이 사용한 부위를 ‘퇴행성’이라고 표현한다. 몸의 부위 중 퇴행성으로 고생하는 곳이 무릎일 것이다.
무릎의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 뼈와 뼈의 간격이 좁아져서 스치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을 넘어서 공포로 다가온다. 그리고 더는 참지 못하고 인공관절로 갈아 끼운다.
나의 엄마도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셨다.
누가 그랬다. 닳아 없어질지언정 녹슬지 않겠다고…. 한순간도 허투루 살지 않겠다는 다짐의 표현으로 썼을 것이다.
몸에서는 닳아 없어져도, 녹슬어도 둘 다 문제가 심하다.
적당히 오래 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