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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트니스 큐레이터 May 26. 2017

폭력성을 고발하다

채식주의자에서 식물인, 나무가 되려고 하는 여자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인 폭력이 육식을 통해서 더욱 심해지는 것인가? 채식주의자는 육식주의자보다 폭력성이 덜 한가?


주인공, 영혜가 채식주의자를 선언하게 된 시점이 꿈을 꾸고서였다.

꿈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먹었던 육식 동물들이 아우성을 치면서 영혜의 목을 조여와 숨을 쉬지 못하다 깨어난다.

솔직히 나 또한 그런 꿈을 꾼다면, 더는 돼지고기며, 소고기며, 오리며, 물고기를 먹을 수 없을것 같다.


책은 1부 「채식주의자」, 2부 「몽고반점」, 3부「나무 불꽃」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주 내용은 이렇다.


영혜라는 주인공이 어느 날 채식을 선포하고 가족과 주변에서 몰인정을 받게 된다. 끝내는 가족 모임으로 식사를 하던 중, 육식을 완강히 거부하다가 아버지의 따귀 세례를 받고는 감정이 폭발하여 과도로 손목의 동맥을 그어버린다.

그 일이 있고 난 이후, 극도로 영예는 변해버린다. 아니 영혜가 변해 가기보다는 주변의 사람들이 영혜의 과민 반응을 병적으로 여기게 된다. 그 이후로 남편과 이혼하고 언니 집에서 몇 달간 머물게 된다. 그런데 언니의 남편인 형부가 함께 사는 처제인 영혜에게 성적 욕망을 갖게 된다. 영예는 몇 달간 언니 집에 머물고는 방을 얻어 나가게 된다.

어느 날 영혜는 보디 페인팅의 모델이 되어 달라는 형부의 부탁을 받고 승낙한다.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놓은 것이 영혜는 너무 좋았던지 씻지도 않고 며칠을 보낸다.

그런데 거기서 끝을 냈어야 했는데, 영혜와 형부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영혜의 언니는 동생의 몸이 걱정되어 반찬거리를 만들어 영예의 집에 들렀다. 그런데 꽃과 나무의 모습을 한 벌거벗은 두 명(영예와 형부)의 모습을 보고는 가슴이 무너져버린다. 영혜의 언니는 정신병원에 연락한다.

그 이후로 영혜는 정신병원에 갇혀 치료를 받게 되고, 영혜의 형부는 정상 판정을 받고 종적을 감춰버린다.

영혜는 정신병원에서 아예 음식 먹는 것을 끊어 버린다. 어느 날 영혜의 언니가 찾아왔다.

영혜는 언니에게 말을 하는데, 음식을 섭취하지 않게 되면 나무로 소생할 수 있다는 괴상한 얘기를 한다.

잡식동물인 사람을 포기하고 아예 식물이 되려고 하는 영혜를 보고, 영혜의 언니가 끝끝내 속의 있는 말을 퍼붓는다.

“미친거니, 정말 미친거야...”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영혜가 채식주의로 돌변하게 된 원인 제공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가정 폭력의 주범인 아버지였다.

영혜는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엄마에게 손찌검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영혜에게도 아버지는 예외가 아니었다. 세 명의 자식 가운데 둘째였던 영혜에게 유독 폭력을 많이 휘둘렀다. 그리고 아버지의 폭력성이 극에 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 날, 집에서 키우던 개가 영혜를 문 일이 생겼는데, 아버지는 이 사건에 큰 화를 내면서 영혜를 문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서 동네를 돌아다닌다.(요즘 같아선 있을 수 없는 일지지만)

‘개 끌려가듯이 끌려간다’라는 말이 이걸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몇 시간을 그렇게 끌려다닌 개는 가죽이란 가죽이 다 벗겨지고, 끝내는 목이 조여 거품을 물면서 죽게 된다. 이 상황을 영혜는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죽은 개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보신탕 끓여 나눠 먹었다.


둘째 장인 『몽고반점』은 폭력성 보다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듯 보였다.

개인적으로 몰입하여 읽었다. 얼마나 몰입했으면, 옆에 있던 아들이 내 모습을 보고 한마디 내 뱉었다.

“아빠는 책을 너무 좋아해, 완전 빠졌어”

그런데 좀 찝찝했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아내의 동생에게 성적 욕망을 갖게 된다는 것이 비겁하기도 하면서, 변태 같았다. 이 또한 인간의 무자비한 폭력성의 한 모습이라는 생각에 작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셋째 장인 『나무 불꽃」은 덤으로 써 놓은 듯했다.

영혜의 시선이 아닌 언니인 인혜가 겪고 있는 내면의 심리를 묘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과 동생이 그런 관계를 갖게 된 것을 직접 목격했고, 그 와중에도 자식을 돌보며 일상을 지켜 내야 하며, 동생의 병간호도 해야 하는 복잡한 심경이 참 서글펐으리라. 진정한 치료는 인혜가 받아야 할 듯 보였다.




소설의 내용을 정리해 본다.

유년시절부터 겪어온 가정 폭력의 그늘이 영혜를 채식주의자로 변하게 된 계기를 주었으며,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자신의 욕정과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영혜를 이용한 형부, 그리고 그 두 가지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사는 인혜의 모습.


이 소설에서, 모든 사건의 원흉은 남자이며,  남자는 폭력성으로 치환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의 약자(채식주의자, 영혜)에 대한 강자(기득권 세력)의 무자비함도 엿볼 수 있었다.


저자인 한강 소설가는 이 책,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네셔널’ 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게 되었다. 역시 유럽 정서에 잘 맞는 내용이다.

솔직히 책의 결말은 황당 그 자체였다.

채식주의자에서 식물인, 나무가 되겠다는 발상은 한국 정서상 너무 나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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