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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이유

상대성과 의외성

2017년 프로야구 정규 시즌(페넌트 레이스)이 점입가경이다.

1위와 2위, 3위와 4위, 그리고 5위와 6위의 자리싸움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진행되고 있다. 정말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처럼 그 어느 드라마보다도 재밌고, 결과를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보통, 잔여 경기 편성이 시작 될 쯤엔 1위 팀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이 지금까지 흐름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144경기가 끝나봐야 1위와 2위의 순위를 알 수 있다. 또한 3위와 4위의 옥석을 차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82년 프로야구 창단 이래로 처음 있는 경우라 한다.


10월 3일이면 프로야구 정규 과정이 마감이 된다. 1위부터 4위까지의 게임 차이는 다음과 같다.

1위인 기아 타이거즈와 2위인 두산 베어스가 0.5게임이고, 2위는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는 동률이다.

순위차이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있을 포스트 시즌(한국시리즈) 때문이다. 가을야구에 초대받은 5개 팀이 최고의 1위 자리를 놓고 단기전을 치르게 되는데, 정규리그에서 1위를 거둔 팀은 최종전(7전 4선승)만 치르면 된다. 그래서 정규 리그에서 5위를 차지한 팀이 포스트 시즌에서 우승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아직까지도 그런 전례는 일어나지 않았다. 3위였던 팀이 포스트 시즌(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경우는 있었다.


오늘 경기(2017년 10월 1일)는 그야말로 진풍경이 일어났다.

1위 팀인 기아타이거즈가 꼴지(10위)인 KT 위즈에게 2대 20으로 패했다.

1위인 기아타이거즈는 오늘 승리를 거두면 남은 두 경기의 승패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고 말았다. 그것도 18점 차이로 대패했다.

오늘의 경기를 두고 말이 많다. 1위인 기아 타이거즈의 코칭스태프들의 경질설도 나돌고 있다. 기아타이거즈는 불명예의 꼬리표를 남기게 되었고, KT 위즈는 구단 최초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2위인 두산 베어스는 정규리그 우승의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보통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 있어서는 꼴지 팀은 1위 팀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 이기더라도 극적으로 이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1위는 꼴지와 품격(객관적 지표)에서 차이가 난다. 그러나 프로 야구는 다르다. 의외성이 많다. 비록 상대 전적에서 열세지만 엄청난 실력차이로 이기는 경우가 왕왕 생겨난다. 내가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다. 꼴지도 1위를 이길 수 있다(그것도 압도적으로, 당당하게)는 희망의 메시지, 긍정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총 10개 팀이 각각 144경기를 치른다. 한 팀과 16게임(16차전)을 맞붙는다. 1위는 총 144경기에서 가장 많이 승리한 팀을 말한다. 그러니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팀이더라도 유독 한 팀에게 (배당된 16게임에서) 승률이 낮을 수도 있다. 이것은 비단 팀과 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선수와 선수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즉 타격 1위가 유독 한 선수(투수)에게만은 안타를 치지 못하는 경우다. 그와 반대로 타격은 저조한대 한 투수에게만 강한 타자도 있다. 그래서 상대 전적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프로야구의 묘미가 상대성과 의외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쨍하고 해 뜰 날 돌아 온 단다.’라는 노래 가사처럼 구곡간장(九曲肝腸)과 같은 삶에도 이런 날이 한 번 쯤은 찾아 올 것을 기대해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야구와 인생은 참 닮은 점이 많다.


10월 3일에 있을 프로야구의 경기 결과에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도 의외성과 상대성이 적용될 것인가. 고춧가루 부대의 매운 맛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프로야구는 정말 각본 없는 드라마와 같다.



김성운 작가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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