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을 희석시켜주는 유머감각
주말과 휴일도 아닌 주중에 영화를 보러 가는 건 또 다른 일과 맞바꾼 귀한 선택이다. 이러한 상황을 경제학 용어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영화가 재미없다면 시간과 돈이 아까운 것은 물론 다른 일을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까지 겹쳐져 분노 게이지는 극에 달한다.
보통 영화를 보는 것은 기분전환을 위해서다.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은 일탈의 시간이다. 또한 책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입체적 생각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예를 들어서 남한산성이라는 소설책을 읽었다. 그런데 영화로 나왔다. 영화를 보면서 깨닫는다. 아아! 이런 표현이었구나.
범죄도시를 봤다. 평일인데도 강남에 위치한 영화관은 자리가 꽉 찼다. 현지 형사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가슴이 후련하다고 평을 내렸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형사와 폭력배와의 한바탕 소동을 그린 영화다.
마동석이 형사로, 윤계상이 조폭으로 나온다. 둘이 역할을 바꿔도 어울릴 듯했다.
은근히 스토리가 단순하면서 배우의 연기력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가 끌린다. 영화는 머리 굴려가면서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온다. 안 그래도 공기가 탁한 곳이라 머리가 맑지 않은데...
마동석 같은 형사가 분명 있을 것이다. 유머감각이 있으면서 일 잘하고, 적당히 야합하는 그런 캐릭터. 그런 형사가 왠지 정감이 간다. 어디서 들은 얘기인데 형사와 조폭은 서로 형님 동생 하는 관계라고. 서로 하는 일이 다를 뿐 섞어놓으면 누가 형사고 조폭인지 모른다고.
영화에서 탁탁 내뱉는 말이 웃음을 자아낸다.
깡패를 소탕하러 나이트클럽을 기습하면서 한마디 던지는 대사가 잔인한 장면을 희석시킨다.
"이런 곳은 놀러 와야 하는데, 일 때문에 오다니"
어찌 보면 이 영화의 매력일 수 있다.
삶에 있어서 유머감각은 경직된 생각을 유연하게 해주는 분위기 메이커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마동석의 캐릭터를 보고만 있어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늘 교훈을 찾으려 노력한다. 감독이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가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만의 메시지로 요약한다.
이번 범죄도시에서 받았던 한 줄 교훈은 이렇다.
강한 자에겐 강하게, 약한 자에게 유연한 자가 진정 강한 자다.
마석도 형사(마동석)는 그런 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