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생각 버리기
나는 강의 스타일이 아닌 듯하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말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내성적 성격인 내겐 정말 공포와도 같다. 정작 강의를 시작할 때는 그리 긴장되거나 떨리지 않는다. 준비 기간이 내 목을 조여 온다. 온갖 부정적 생각들이 나를 엄습해 온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보다는 부족한 모습들만 새록새록 떠오른다. 신기하다. 나에 대한 신뢰가 없는 탓인가.
축구 경기를 할 때도 그렇다. 골대 앞에 서 있다가 내게 공이 오면 평정심을 잃는다. 차분하게 골대를 보고 강하게 차 넣으면 골인인 것을 엉뚱한 방향으로 차버린다. 때론 헛발질한다. 이 또한 골을 넣지 못할 거라는 부정적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인가.
무슨 일을 하든지 나에겐 부정적 유전자가 깔린 듯하다. 가령 경찰서에서 내게 전화가 왔다. 그런데 먼저 든 생각은 ‘혹시 내가 잘못한 게 있나?’를 먼저 떠올린다. 칭찬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직장 상사가 나를 부를 때도 잘못 한 것에 대해서 먼저 생각하게 된다.
내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뇌 구조는 부정으로 바뀌어 버린다. 이것을 통증학에서는 ‘문조절설(gate control theory)’이라고 한다. 즉 뇌로 들어오는 문은 하나밖에 없어서 가장 급하거나 자주 들어오는 자극 먼저 처리한다. 그래서 빠른 통증과 둔한 통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냄새에 대한 자극도 그렇다. 식당에 가서 음식 냄새가 옷에 배면 향수를 뿌리는데 이 또한 향수가 음식 냄새보다 더 자극이 새기 때문에 코의 감각은 향수 냄새만 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긍정적 생각과 부정적 생각 또한 뇌가 처리하기 때문에 일리가 있다.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은 초치는 얘기를 할 때 주로 쓰인다. 이러한 표현을 습관적으로 유발하는 사람이 있다. 문조절설에 입각하면 부정적 뇌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글이 씨가 된 긍정적 경우도 있다. 『덤 앤 더머』,『배트맨』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짐 캐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백지에 1,000만 달러라고 적고 5년 후에 자기 스스로 지급하겠다고 쓴 후 지갑 속에 놓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정확히 5년 후인 1995년에 자신이 적은 액수 이상으로 출연료를 받게 되었다. 긍정적 뇌 구조를 가진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글이 초라하다고 느끼게 되면 절대로 타인에게 글을 보여 줄 수가 없다. 글쓰기는 자신의 내적 치유를 위한 면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읽히기를 은근히 바라는 면도 있다. 공들여 쓴 글이 빛을 보지 못하고 불쏘시개로 사용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가 악플까지 달리게 되면 상심은 더 클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쓸 때 자신의 글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잘 쓰려고 하는 마음이 지나치다 보면 오만 가지 쓸데없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나 같이 부족한 사람의 글을 누가 읽겠나?” 하는 생각, 혹은 “뻔한 얘기 재미없는 얘기가 책으로 나올 수 있겠어.” 등의 내면의 검열자가 자신을 위축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글쓰기를 위한 근육은 더욱 긴장하게 되어 글쓰기 유연성은 뻣뻣해지게 된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누구나 글을 쓸 때는 한 번에 완성된 글을 쓰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쓰고 고치고 또 고치는 작업을 통해 비로소 매끄러운 글이 탄생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극작가로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버나드 쇼’의 글쓰기에 대해서 그의 아내와 주고받은 대화가 참 인상 깊다.
“여보, 이건 완전히 쓰레기네요.”
아내의 말에 버나드 쇼는 이렇게 답했다.
“맞아요, 하지만 일곱 번째 교정 원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겠소”
또한 『노인과 바다』를 200번이나 고쳐 쓴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걸레다"라는 말까지 했다.
글을 쓸 때는 부정적 생각은 개나 주고, 일단 닥치는 대로 써 내려가는 거다. 띄어쓰기, 맞춤법, 접속어, 호응 관계 등은 다 쓰고 고치면 된다. 나는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통해 쓴 글을 다시 한번 다듬는다. 그러면 한결 문장이 깔끔해진다. 네이버 검색창에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치면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쓰고자 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무작정 쓰는 거다. 나머지는 시간이 흐르면 알아서 다 된다.
자신감을 느끼고 글을 쓰자. 『해리포터 시리즈』를 써서 돈방석에 앉은 조앤 K. 롤링도 처음 원고를 투고했을 때 여러 차례 거절을 당했다. 작품성이 1도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꿈꾸는 다락방』의 저자 이지성 작가는 첫 책을 내기 위해서 75번이나 출판사 측에 원고를 보냈지만 채택되지 못했고, 심지어는 ‘이런 글솜씨로는 작가가 될 수 없다’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팔린 책이 200만 부가 넘고 인세만으로도 18억 원 이상을 받고 있다.
조앤 K. 롤랑과 이지성 작가는 끝까지 자신의 글을 믿고 쓰기를 반복했기에 지금의 놀라운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글을 쓸 때는 철저하게 자신을 신뢰해야 한다. ‘비록 지금은 부족하지만, 나중은 왕성한 글쓰기를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중요한 건 잡생각 말고 무조건 쓰는 거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탁월성은 지속성이다’라는 멋진 말을 했다.
그러니 두려움 없이 독실하게 글을 쓰자. 제2의 조앤 K. 롤링 혹은 이지성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김성운 작가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