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Nov 09. 2017

첫 방송 출연

C채널 ‘엄마 토크 언니도 했다’

https://youtu.be/y2lPhhLrlOk



“선생님! 혹시, 방송 출연 안 하실래요?”

“교회 같이 다니시는 분께서 방송 연출하시는데, 저에게 출연 제의를 하셨는데, 제가 못하게 되어 선생님 생각이 나서요”

나는 처음에 고사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못 하겠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퇴근 후 아내에게 방송 출연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아내는 나와는 생각이 달랐다.

당장 하겠다고 전화하라는 으름장을 놓았다. ‘저절로 들어 온 기회를 왜 발로 차버리냐’는 식의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출연 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답장이 왔다.

연출자 성함과 전화번호가 찍힌 문자였다. 그리고 오후쯤에 연출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이로써 나는 생애 첫 방송 출연을 하게 되었다.


드디어 방송 촬영을 하는 날이다. 어제까지 아무 느낌이 없었다. 대본을 살펴보고 머릿속에 대강의 구상을 생각해 놓았다. 그런데 오늘이 되니 벌써 긴장되고 밥맛이 사라졌다.

방송은 1시부터였다. 그래서 트레이닝 수업을 오전과 오후로 조율했다. 방송국은 12시 까지 가면 되기에 카페에 앉아서 눈을 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그런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떨렸다. 기대감과 긴장감이 뒤섞여 옆에 앉아있는 사람까지 들릴 정도로 심장이 요동쳤다.


카페에 앉아 있은 지 몇 분 뒤에 센터 선생(직장 동료) 두 명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자주 오는 곳이라 우연이라 말하기엔 표현이 맞지 않지만….

미리 방송 촬영 날짜를 알고 있던 그들은 내 의상에 대해서 딴지를 걸었다. 방송과 강의 시 주로 입는 트렌드 상표를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었다. 팔랑귀인 나로선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강남에 있는 매장에 가서 추천했던 그 상표의 옷을 사 입고 방송국으로 갔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르게 내 심장은 북을 쳤고, 느리게 움직였던 내장이 급격히 연동작용을 하기 시작했다. 배가 슬슬 아파지면서, 화장실을 가고 싶게 만들었다.

낯선 곳, 자격증 시험, 수능 고시, 첫 만남,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행위 등에 노출이 되면 예외 없이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찾아온다. 그런데 오늘은 최고로 높은 수치에 도달한 듯하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낯선 곳과의 조우를 통해서 이성이 시작된다’라는 말을 했지만, 내 경우는 생각이란 것을 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하얘졌다. 머릿속 지우개가 생각을 포맷시키는 듯했다.


드디어 방송작가와 연출가 및 출연진 들을 만났다.

간단한 메이크업을 하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함께 방송 촬영을 하는 출연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인상들이 너무 좋았다. 내게 말을 건네 왔고, 나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다. 긴장했던 얼굴 근육들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하고 싶은 말도 줄줄 나왔다. 신기했다.

녹화 방송이 시작되었는데, 그 이후로 떨리지가 않았다. 마음이 편해졌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사회자는 준비해 온 대사 그 이상으로 질문을 내게 해 왔지만 당황하지 않고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순간 방송을 즐기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아내는 입장이 달랐지만...)


방송 출연은 내 인생에 있어서 몇 안 되는 중요한 경험이 될 듯하다.

방송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오로지 책을 홍보하기 위함이었다. 출연료는 교통비 정도였다. 의도한 바대로 책 소개는 잘 됐다. 공영 방송 채널은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지는 않겠지만, 열심히 홍보하기만 하면,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한 번 씩은 클릭할 것이다. 큰 기대는 안 하지만, 방송을 통해서 퍼스널 트레이너 김성운 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작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창업을 해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