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뇌/ 마감일
오랜만에 내가 즐겨 찾던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이곳에서 많은 글을 썼다. 그리고 그 결과물인 책도 출간했다.
작가마다 글을 쓰는 공간이 따로 있는데, 내겐 이곳 카페가 글 쓰는 장소다.
가끔 글을 쓰는 척하면서 옆에서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한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다. 특히 최근의 화젯거리는 빼놓지 않고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오늘은 어제의 컬링 경기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보따리를 꺼내 놓는다. 듣고 있으면 내가 알지 못했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아이디어는 딱딱한 공간에서는 나오기가 힘들다. 넥타이를 풀고, 신발을 벗고, 삐딱한 자세에서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가 섬광처럼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다. 글쓰기의 주제를 고르기 위해서 나는 위와 같은 자세로 카페에 앉는다.
오늘은 건강과 운동에 관한 칼럼을 쓰기 위해서 카페에 앉아 있다. 처음엔 어떤 주제로 쓸까 고민한다. 그러다가 인터넷 서핑을 한다. 이웃한 블로거의 블로그에 방문하여 기웃거리다가 내 블로그로 들어왔다가 예전에 써 놓은 글을 읽는다. 그렇게 1시간 웜업을 한 후에 기획했던 글을 써 내려간다.
본능적으로 뇌는 창작을 싫어하는 것 같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그러다가 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몰리면 그제야 초인적 힘을 내는 모양이다. 지금껏 삶이 다 그랬던 것 같다. 공부할 때도, 강의를 준비할 때도, 글을 쓸 때도 늘 궁지까지 몰아넣은 상태에서 뇌에 닦달했다. 오늘도 마감일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에서 뇌에 요구한다. 빨리 아이디어를 달라고 말이다.
뇌가 아이디어를 줄 것을 믿고 처음 시작은 무작정 써 내려간다. 그러다가 뇌는 착하게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러면 술술 빈칸이 채워진다. 초고는 A4 두 페이지를 채운다. 그리곤 차근차근 빼기를 한다. 불필요한 문장을 걸러낸다. 그러면서 문장의 위치를 바꾼다. 닥치는 대로 썼기에 앞뒤 연결이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두 번, 세 번 소리 나는 대로 읽는다. 그러면서 글 퍼즐(?)을 완성한다.
그렇게 완성된 글은 A4 한 페이지에서 한 페이지 반 정도의 분량이 된다.
이런 글을 ‘한 꼭지’라고 부르는데, 50 꼭지가 모이면 책 한 권이 탄생한다. 책을 쓰는 것은 긴 호흡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처음 시작은 한 꼭지부터다.
현재 내가 쓴 칼럼 원고는 46 꼭지가 모였다. 앞으로 4 꼭지만 채우면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할 수 있다. 46 꼭지의 글을 살펴보면 정말 뇌에 몹쓸 짓을 한 것 같다. 매번 아이디어를 달라고 코너로 몰아 오만 진상을 부렸으니 말이다.
이번 글을 쓰고 나면 뇌를 위한 선물인,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기’로 보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