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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트니스 큐레이터 Apr 26. 2018

프로야구가 주는 가치

감동


야구는 도대체 나에게 무엇인가?

책과 글쓰기는 생산적인 일을 만들어 내는데, 야구는 과연 내게 생산적인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3시간이 아깝지 않고 지면 허무함이 엄습한다.

또한, 초등학생만도 못한 감정 기복이 찾아온다.

몰입 적 측면에서 보면 야구만 한 것은 없는 듯하다. 피드백이 바로바로 온다.

이기면 엔도르핀 상승, 지면 노르아드레날린 분비가 명확하다.

야구의 가치는 감동이라는 말이 있다. 선수는 팬들에게 야구를 통해 감동을 준다. 

최선을 다한 플레이를 보는 팬들은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감동은 감동이고 144경기가 끝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7개월 남짓 된다.

한 경기당 걸리는 시간은 세 시간 반 정도다. 세 시간 반이면 250페이지 자기계발서 한 권 읽을 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 야구가 일주일에 6일 하니깐 한 달에 24권, 7개월이면 168권 정도 된다. 거기서 반 만 읽어도 84권이다.

그렇다면 84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야구 보는 것과 맞바꿔도 후회 없는가?

순간의 감동을 얻고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인가?


2018년 4월 25일 수요일에 벌어진 두산과 SK의 경기에서 야구가 주는 최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략적인 상황을 요약해 보겠다.

두 팀의 투수는 린드블럼과 산체스였다.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간의 대결이라 흥미로웠다.

역시 경기는 7회까지 선발 투수의 호투로 타자가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바뀐 투수를 상대로 두 팀의 타자들은 불방망이를 휘둘러댔다.

엎치락뒤치락 끝에 10회 말에 SK의 끝내기 안타가 나와 경기는 끝이 났다.

두산을 응원하는 내겐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한 SK 선수들에게 손뼉을 쳐 주고 싶다.

그 이유는 10회 말에 두 점 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하여 역전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9회 말에 이재원의 동점 홈런이 나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가 10회에 두 점을 내주어서 패색이 짙은 경기였다.

정말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을 새삼 느꼈다.

두산도 정말 최고의 경기를 보였다.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산체스를 상대로 꽁꽁 묶여 있다가 8회에 3점을 내어 역전을 거두고 다시 10회에 두 점을 내어 재역전을 했다. 그러나 전 경기에 불펜 투수를 너무 많이 기용하여 끝까지 틀어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144부작 각본 없는 드라마와 같은 프로야구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내게 신선한 감동을 준다.

프로 무대에 처음 출전한 투수는 역전하기에 어려운 경기에 나와서 온 힘을 발휘한다.

또한, 억대 연봉의 몸값을 받는 선수는 자신의 능력을 백분 발휘하기 위해서 전력투구를 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는 펜들은 가슴이 벅차오른다.

144권의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스토리가 144경기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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