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퍼스널 트레이닝이 몇 년 사이에 일반 사람들에게 급속도로 알려졌다. 그 여파인지 개인 사업자로 운영하는 센터(스튜디오)에서는 파격적인 할인율을 적용하여 회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심지어는 한 세션 당 50분 수업에 15,000원인 곳도 있다.
회원은 레슨비가 저렴해지면 수업을 받는 횟수를 더 늘린다. 그 정도면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레슨을 받으면 더 효율적이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 13년 퍼스널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있는 나도 아무 생각 없이 트레이너가 하라는 대로 수업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혼자 하는 운동은 포기하거나 나태해지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시점이 찾아온다. 이것을 운동 생리학 용어로 ‘고원화 현상’이라고 한다. 고원화 현상을 넘기 위해서라도 트레이너가 필요하다.
보통 퍼스널 트레이너를 받으려면 레슨비가 15만원에서 6만원까지 다양하다. 대략 6만원이면 저렴하게 레슨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15000원이라니… 그렇게 레슨비를 그것도 1대1로 진행하면 한 달에 몇 세션을 해야 300만원을 벌 수 있을까? 적어도 한 달에 200세션을 해야 가능한 수치다.
수입적인 부분을 떠나서, 200세션이면 하루에 수업이 8세션 이상은 해야 한다. 하루에 8세션이면 수업을 마치고 나면 정말 녹초가 되어 버린다. 개인 레슨이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수업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지게 될 것이며 육체적으로 지쳐 있으면 회원을 대하는 태도 또한 불순해지기 마련이다. 말투가 바뀌고 행동이 거칠어진다. 주의해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다. 게다가 수면까지 부족해지면 눈도 감긴다.
내 경우 13년 동안 퍼스널 트레이닝을 진행하면서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소화해 낸 세션 수는 216세션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8세션 내지는 9세션을 수업했다. 점심도 못 먹고 내리 9세션을 한 적도 있다. 지난 일이지만 그때의 트레이닝은 정말 부끄러울 정도로 허술했다. 나중에는 회원의 모습만 봐도 무섭기까지 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재등록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나중에 관리자에게 들어서 안 사실이지만 내 수업에 불만을 토로한 회원도 있었다고 했다.
아무튼 세션의 단가를 낮추는 마케팅 전략은 종국에는 회원과 트레이너 모두에게 좋지 않는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호랑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은 먹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퍼스널 트레이너도 아무리 힘들어도 세션의 단가를 깎아 먹는 행위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가호도 떨어지는 일이다. 퍼스널 트레이너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격 사항은 트레이닝에 대한 자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