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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트니스 큐레이터 Jul 22. 2019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아내의 협상 술과 전화위복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맛있는 식사와 함께 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위해서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기 위해 매표소에 들렀다. 아내는 그 시간에 주차하고 있었다. 가장 이른 시간으로 끊으려고 시간표를 확인했다. 저녁 여덟 시 반 차 영화는 맨 앞 좌석만 남아서 그다음 회차를 끊으려고 했다. 아홉 시 오 분 표가 있었다. 중간에 좋은 자리가 있어서 다섯 좌석을 예매했다.


그리고 한 시간 반 정도 여유가 있어서 쇼핑했다. 여덟 시 오십 분이 되어서 우린 상영관으로 향했다. 입장을 위해 바코드에다 입장권을 들이밀었다. 그런데 화면에 입장 불가가 떴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영화 상영 시간을 확인했다.

뜨악!!! 황당했다.


분명 아홉 시 오 분 영화로 보았는데 이십삼 시 오 분으로 찍혀 있었다. 이십삼 시를 이십일 시로 착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내가 아홉 시 오 분 거로 끊어 달라고 직원에게 얘기했는데 직원은 확인도 안 하고 이십삼 시 오 분으로 끊은 것이다. 직원도 착각한 것이 분명하다.


아내는 당황하지 않고 얼른 매표소로 향했다.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직원은 계속 미안하다고만 했고 그다음으로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주임이 왔다. 다시 벌어진 상황을 얘기했다. 팝콘을 무료로 지급하고 가장 빠른 상영 시간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자리가 맨 앞에 이었다. 아내는 싫다고 했다. 잠시 후 지배인이 왔다. 주임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 받고는 조처를 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표를 환불받았고 처음에 끊었던 이십삼 시 오 분표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변경해 주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해서 죄송하고 즐거운 주말 기분 상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역시 매니저의 노련한 상황 대처였다.


아내를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책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이 생각났다.

책 내용 중에 협상에 대한 12가지 조언 중에 참고할 만한 항목이 있어서 메모와 함께 코멘트를 적어 놓은 글이 있다.


첫 번째는 목표에 집중하라.



협상을 위한 모든 행동과 몸짓 하나하나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되어야 한다.




둘째는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려라




다시 말하면 상대의 생각, 감성, 그리고 니즈(needs)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이다. 그러하기 위해선 세밀한 부분까지도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셋째는 감정에 신경 써라.



아이러니하게도 중요한 협상일수록 사람들은 비이성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감정적으로 변하면 상대의 말을 듣지 않게 된다. 따라서 상대방의 감정을 보살핀 다음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것은 전문적인 용어로 감정적 지불(emotional payment)이라고 한다. 협상은 모든 상황에 이뤄지는 행위이다. 심지어 아빠와 아들과의 관계에서도 일방적 행위가 아닌 협상이 필요하다. 협상의 가장 근본은 역지사지하는 마음이다.




아내는 뛰어난 협상가였다.

먼저 환불을 해달라고 하지 않고 우리가 잘못한 내용을 솔직히 말하고, 이성적으로 직원의 응대도 바람직하지 못한 점을 부각하며, 무엇보다도 즐거운 주말 시간을 아무것도 못 하고 망쳐버려서 매우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아내는 물론 일개 직원이 이 말을 듣고선 해결할 수는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고 계속 시간을 끌었다. 당황한 직원은 뒤에 기다리고 있는 고객을 응대해야 하므로 주임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주임도 자기 능력 밖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매니저에게 토스한 것이다. 이쯤 되면 매니저도 윈윈 할 수 있는 협상카드를 제시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내 실수로 인해 주말 오후를 망칠 수 있었지만, 아내의 뛰어난 의사소통으로 좋은 방향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난 시간은 새벽 두 시가 조금 안 됐다. 오랜만에 가족 모든 식구가 오랫동안 함께 있는 시간을 가져서 나름 좋았다. 이것이 전화위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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