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이어 갈 수 있는 지구력
12월이 시작된 지 나흘이 흘렀다. 올해도 이제 한 달 남았다.
이번 연도에는 책을 두 권이나 출판했다. 글쓰기와 운동에 관한 책이다. 첫 책인 ‘트레이닝을 토닥토닥’처럼 이번에 나온 책도 많은 사람에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서점에 한 권 내지는 두 권 정도 들어와 구석진 책장에 세로로 꽂혀 있는 듯 없는 듯 존재의 의미가 사라져 가고만 있다. 항상 책을 내면 얼마나 팔릴까 하고 기대하지만, 기대하는 마음은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는 실망과 체념으로 변하여 돌아온다.
이런 면에 있어서 내 원고를 선택하고 책을 만든 출판사 대표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런데 정말 출판사 쪽은 내 원고를 책으로 만들고 손익 분기점까지 고려했을까?
가만 보면 책이 잘 팔리고 안 팔리는 것은 일정 부분 홍보의 힘에 달려 있지만, 어느 정도 유명세가 좌우하는 것 같다.
최근 나온 축구 선수 손흥민의 자서전이 많이 팔렸는데, “과연 그 책을 손흥민이 직접 썼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동시에 “역시 유명세가 중요한 것이군” 하고 새삼 느꼈다.
그래서 글을 좀 쓰는 배우나 공인이 책을 내면 금세 베스트셀러가 되는 공식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필부(匹夫)인 내가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오로지 필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런데 이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쓸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니 주목할 만한 아이템으로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설상가상으로 불과 마흔 초반까지는 밤낮 가리지 않고 책을 읽고 글을 썼지만, 마흔셋부터 마흔 중반인 여섯이 되니 저질 체력으로 변하여 늘 만성피로가 내 글쓰기 근육을 완전히 무력화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책을 내고 작가라는 직업명을 갖게 되었지만, 만인에게 대놓고 작가라고 소개하기가 껄끄럽다. 그 이유는 작가라는 정체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작가는 고정적으로 글을 쓰고 원고료를 받아야 하는데, 내겐 쓰고 싶을 때 쓰고 원고료는 가뭄에 콩 나 듯 받고 있다. 작가의 레벨이 1부터 5까지 순위를 매길 수 있다면 나는 맨 아래인 5위쯤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온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전업 작가가 된다면 현재의 수순에 벗어날 수 있을까? 물론 좋은 글을 쓸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 위치에서는 불가능하다. 나는 그 과정을 겪기엔 순수함을 잃은 때가 잔뜩 묻은 생활인이다. 한 달 벌어 한 달 근근이 살아가는 한 가정의 가장이기에 식솔을 책임져야 한다.
나의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작가로서 글을 쓴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하다.
내가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는 나이가 찾아오면, 조금씩 작가의 야성을 잃지 않고 글쓰기를 이어 간 그 내공의 힘이 빛을 발하지 않을까?
이것이 비전공자 및 노력 형 작가의 운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