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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트니스 큐레이터 Mar 12. 2020

휴무를 보내는 애 아빠의 하루

오늘은 휴무다.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늦잠이라 해봐야 오전 9시 기상이다.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충만하여 몸이 늘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듯하다.

가족 구성원은 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들이 요새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 낮잠을 자서 그런지 밤늦게까지 노는 패턴으로 변해 버렸다.

그래서일까 오전 9시에 일어나도 우리 집은 아직도 깊은 새벽처럼 고요하다.

늘 드리던 새벽 기도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분당 우리교회에서 진행하는 새벽예배 동영상을 보면서 드렸다. 코로나 19로 인해 분당 우리교회도 모든 예배를 동영상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위기의 때에 드리는 21일 새벽 예배를 드리기로 작정하고 9일 차에 들어갔다. 정말 깨어 있는 목회자라 생각한다. 물론 성도 없이 진행을 돕는 몇몇 사람과 하나님만이 그곳에 있었다. 우리 교회와 비교해 보면 극과 극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새벽예배를 아예 없애고 혼자 기도하는 성도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소예배실만 오픈해 놓은 상태다. 원래 우리 교회 목사는 새벽예배 자체를 드리지 않기에 이런 상황에서 새벽 예배는 진작 바라지도 않았다.

새벽 예배를 다 끝내고 아이들 방을 점검하러 갔다. 쌔근쌔근 깊은 잠에 빠졌다. 아이들의 잠자는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듯하다.

아내도 조금 늦게 일어나서 바로 아침 식사를 차리러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을 하나씩 깨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내가 쉬는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와이파이를 점검해야 한다. 며칠 전부터 예약해 놓은 상태다. 그래서 확인차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쪽 반응은 시큰둥했다. 접수는 했지만, 설치 기사가 배정되지 않아 오늘 중으로 점검을 하러 올지도 미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요새 코로나 19로 인터넷 및 와이파이 설치 및 점검하는 건수가 대폭 늘어서 설치 기사가 바쁘다고 했다. 나는 그쪽 상황을 이해하면서 알겠다고 하고는 통화를 마쳤다. 그런데 곧바로 아내의 성화가 이어졌다. 그렇게 끊으면 어떡하냐고 말이다.

아내는 직접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 통신사죠?”“며칠 동안 인터넷과 와이파이가 안 돼서 그러는데, 그냥 해지하려고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완전 초 강경수다.

그런데 통신사 측에서 나오는 응대가 내게 했던 것과 달랐다. 긴장하는 듯했다.

설치 기사가 바빠서 힘들 수도 있다는 대답은 같았지만, 그 이후의 반응은 달랐다.

인터넷 선은 잘 꽂혔는지, 와이파이 선 상태는 어떤지 자세히 알려 줬다. 실은 며칠 전에 중학생 아들이 방을 옮기는 과정에서, 인터넷이 잡히지 않는다고 와이파이 공유기와 인터넷이 들어오는 메인 단자를 뺏다가 다시 꽂고는 엉뚱한 곳에 꽂았던 것이다.

상담사의 안내대로 다시 꽂았더니 모든 것이 다 해결되었다.

그래서 설치 기사가 오지 않고도 집안의 모든 인터넷을 비롯한 무선인터넷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티브이도 와이파이도 정상 작동을 했다. 무거운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

이번 대응을 통해 아내의 일을 진행하는 추진력에 대해서 다시금 놀랐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방법이 나와는 조금 달랐다. 정말 지혜로운 여자다.



아내가 늦게 퇴근했다. 우린 책상에 앉아 책을 읽었다. 아들이 ‘아홉 살 인생’이라는 책을 읽었다. 퇴근 후 아내는 아들이 읽고 있던 책 제목을 보더니, 영화로 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아홉 살 인생’은 교과서 지문에도 나온다고 언급했다. 국어 교육학과 출신다운 발상이었다.

아내의 말이 끝나자마자 일사천리로 영화 모드로 들어갔다. 영화가 끝난 시간은 새벽 1시였다. 그 늦은 시간에 졸거나 먼저 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영화를 싫어하는 둘째도 눈이 초롱초롱했다. 아홉 살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를 보면서 공감이 많이 갔던 모양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시대적 배경이 내가 보냈던 그 시절과 많이 닮아 있어서 나 또한 흥미롭게 보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요즘에 가족 구성원 모두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서 불행 중 다행이다. 코로나 19가 끝난 후에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모처럼 쉬는 날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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