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끝이 나면 각 구단의 스토브 리그가 시작된다. 무엇보다도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머리싸움과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특히 구단의 부족한 부분(수비와 타격 등)을 충족시켜 줄 자유계약(free agent) 선수를 잡기 위한 쩐의 전쟁도 볼 만하다.
올해 FA 자격을 받은 선수는 총 16명이다. 그중 현재 9명만 계약 완료되고 나머지 7명은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리그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관중 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각 구단의 주머니 사정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FA 선수가 타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게 되면 야구 고아가 되어 지명을 받을 때까지 힘든 시기를 겪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실력이 조금 뒤처지는 선수는 FA 자격을 유예하는 경우도 있다.
FA 자격이 충족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대졸 선수는 8 시즌, 고졸 선수는 9 시즌을 한 팀에서 보내야 하는데, 타자와 투수 모두 한 시즌에 145경기를 모두 소화해 내야 1 시즌으로 인정한다. 그만큼 FA 자격은 부상 없이 시즌 내내 고른 성적을 보여야 하는 힘든 과정이다. 그렇게 자기 관리를 잘해서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되는데, 경쟁이 붙게 되면 몸값이 몇십억에서 몇백억으로 치솟는 선수가 나오게 된다.
이번 FA 선수 중 주목할 선수가 있다. 기아 타이거즈의 최형우 타자다. 그는 올해 38세로 야구 선수로 치면 은퇴를 생각할 나이다. 그러나 그는 기아 타이거즈와 계약금 47억,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반면에 시즌이 끝나면 각 구단은 변화와 쇄신이라는 명목 하에 전력에 필요 없는 계약 만료 선수들을 대거 방출한다. 특히 기아 타이거즈의 김주찬 선수, 롯데 자이언츠의 장원삼 선수, 한화 이글스의 송광민 선수가 방출 명단에 들어갔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유명한 선수도 이렇게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이 프로의 세계인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선수가 있다. 한화 이글스의 이용규 타자다. 그는 두 번의 FA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다. 그런데 이번 시즌을 끝으로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되고 키움 히어로즈의 부름을 받았다. 특이한 것은 그의 계약금이다. 2년 전 FA 자격으로 한화 이글스로 이적할 당시의 조건은 2년간 26억 원이었지만 방출되어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할 때는 1년간 1억 원에 계약을 했다. 어떻게 보면 선수의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텐데 이용규 선수는 1년이라도 야구를 더 할 수 있게 되어 만족한다는 인터뷰 소감을 남겼다.
연말이 다가왔다. 많은 기업에서 인사이동을 비롯한 기업 내의 스토브 리그가 한창이다. 올해는 프로야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19로 인해 수입이 반 토막 난 회사가 비일비재할 듯하다. 최소한의 지출을 막기 위해 여기저기서 짠 내가 진동할 것이 뻔하다. 특히 권고사직과 명퇴를 통한 인력 감축은 모든 회사가 추구하는 전략일 것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도 예외는 아닐 듯하다.
오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다행히 재계약을 위한 계약서를 작성하러 내방하라는 문자였다. 나는 프리랜서다. 더 자세히 말하면 회사와 계약한 프리랜서이다. 성과가 좋으면 더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재계약 시즌은 나를 평가하는 엄중한 순간이다. 이번 계약이 저번과 동일한 조건이면 그나마 성공한 것이다.
더 좋은 성적을 위해 선수들은 겨울을 잘 보내야 한다. 어떤 선수는 사비를 털어 유명한 메이저리그 타격 코치에게 레슨을 받기까지 한다. 모든 선수는 시즌을 커리어 하이로 마감하길 바란다. 프리랜서인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 19로 인해 뜻하지 않게 3주 또는 그 이상의 스토브 리그에 돌입하게 되었다. 다음 재계약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사인을 하기 위해서 나를 위한 스토브 리그에 집중해야겠다.
이왕이면 최형우 선수처럼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조건으로 롱런 하고 싶다. 다음 계약 시즌엔 유리한 패를 깔고 테이블에 나갈 수 있도록 실력 쌓기에 충실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