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Sep 06. 2021

경쟁을 뛰어넘자

그는 일에 대한 욕심도 많고 일도 곧잘 한다.

어디서든 나서길 좋아한다. 회식 자리에서도 사회는 그가 도맡아 보고 있다. 운동선수 출신이어서 그런지 뭐든지 화끈하다.


그런데 한 가지 흠이 있다. 나처럼 경쟁 상대에 대한 견제가 터프하다.


그가 처음 입사했을 때 나이도 제법 있으면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측은하여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과장님과 함께 신경 써서 챙겼다.


나이도 두 살 차이라 허울 없이 지냈다. 서로 장난기 넘쳐 수시로 유치할 정도로 치고받고 몸을 부대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그는 회사를 이끌어 가야만 하는 위치에 올랐다. 월급도 꽤 많았다. 사업 수완이 좋았다.


나는 그의 성장을 보면서 좋은 감정 이면에 한 편에 다른 감정이 싹트고 있었다. 시기심이 생겼다. 나보다 더 잘 나가는 것에 대해 질투가 생겼다.


한 번은 심하게 말다툼을 했다. 사건의 발단은 내가 보낸 문자였다. 그 문자를 다시 들여다보니 화가 날만도 했다. 미안했다. 그러나 나도 마음이 언짢았다. 아무리 그래도 하극상을 보이다니…


그래도 잘못했으니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차가웠다. 그의 입장에서는 결코 용서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날이 있은지 몇 년째 그와는 예전과 같은 살가운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 그저 오피셜 한 관계로 업무 외엔 사적인 일은 거의 물어보지 않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잘못은 아니지만,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 발생했다.


몇 주가 지나서 그가 회사에 복귀했다. 그러나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하고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그로 인해 한 달간 내가 피해를 본 것도 상당히 많은데 나는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하는가. 아직도 그는 예전의 내 행동에 대해서 화가 난 것인가. 아니면 뒤쳐진 것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인가.


그와의 골이 깊어져만 간다. 그러나 내가 먼저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다. 시간에게 모든 걸 맡길 뿐이다. 이대로 얼굴 안 보고 영원히 헤어진 대도 그리 속상할 것도 없을 듯하다.


회사에서 만난 관계는 한계가 있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잘 되면 기쁨 이면에 나도 모르는 견제가 스멀스멀 자라난다. 그래서 회사에서의 만남은 선을 잘 지켜야 한다. 모르는 게 약인 경우도 있으니 시시콜콜 알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선의의 경쟁 따윈 없다. 경쟁은 곧 서로 망하거나 또 하나의 n번 째의 길이다. 그래서 ‘피터 틸’이 독점을 말했던 거 같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독점은 기준을 세우는 자, 오리진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0에서 1이 되는 것을 뜻한다. 독점은 시기와 질투를 뛰어넘는 존경의 경지인 것이다. 그 독점으로 인해 자신이 속해 있는 팀원이 이득을 볼 수 있게 된다.


나도 이젠 경쟁이 아닌 독점에 집중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쉰 세대가 아니라 신세대 늙은이가 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