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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 큐레이터
Sep 06. 2021
그는 일에 대한 욕심도 많고 일도 곧잘 한다.
어디서든 나서길 좋아한다. 회식 자리에서도 사회는 그가 도맡아 보고 있다. 운동선수 출신이어서 그런지 뭐든지 화끈하다.
그런데 한 가지 흠이 있다. 나처럼 경쟁 상대에 대한 견제가 터프하다.
그가 처음 입사했을 때 나이도 제법 있으면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측은하여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과장님과 함께 신경 써서 챙겼다.
나이도 두 살 차이라 허울 없이 지냈다. 서로 장난기 넘쳐 수시로 유치할 정도로 치고받고 몸을 부대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그는 회사를 이끌어 가야만 하는 위치에 올랐다. 월급도 꽤 많았다. 사업 수완이 좋았다.
나는 그의 성장을 보면서 좋은 감정 이면에 한 편에 다른 감정이 싹트고 있었다. 시기심이 생겼다. 나보다 더 잘 나가는 것에 대해 질투가 생겼다.
한 번은 심하게 말다툼을 했다. 사건의 발단은 내가 보낸 문자였다. 그 문자를 다시 들여다보니 화가 날만도 했다. 미안했다. 그러나 나도 마음이 언짢았다. 아무리 그래도 하극상을 보이다니…
그래도 잘못했으니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차가웠다. 그의 입장에서는 결코 용서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날이 있은지 몇 년째 그와는 예전과 같은 살가운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 그저 오피셜 한 관계로 업무 외엔 사적인 일은 거의 물어보지 않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잘못은 아니지만,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 발생했다.
몇 주가 지나서 그가 회사에 복귀했다. 그러나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하고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그로 인해 한 달간 내가 피해를 본 것도 상당히 많은데 나는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하는가. 아직도 그는 예전의 내 행동에 대해서 화가 난 것인가. 아니면 뒤쳐진 것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인가.
그와의 골이 깊어져만 간다. 그러나 내가 먼저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다. 시간에게 모든 걸 맡길 뿐이다. 이대로 얼굴 안 보고 영원히 헤어진 대도 그리 속상할 것도 없을 듯하다.
회사에서 만난 관계는 한계가 있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잘 되면 기쁨 이면에 나도 모르는 견제가 스멀스멀 자라난다. 그래서 회사에서의 만남은 선을 잘 지켜야 한다. 모르는 게 약인 경우도 있으니 시시콜콜 알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선의의 경쟁 따윈 없다. 경쟁은 곧 서로 망하거나 또 하나의 n번 째의 길이다. 그래서 ‘피터 틸’이 독점을 말했던 거 같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독점은 기준을 세우는 자, 오리진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0에서 1이 되는 것을 뜻한다. 독점은 시기와 질투를 뛰어넘는 존경의 경지인 것이다. 그 독점으로 인해 자신이 속해 있는 팀원이 이득을 볼 수 있게 된다.
나도 이젠 경쟁이 아닌 독점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