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의 효과

영과 육의 강건함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어느덧 퍼스널 트레이너로서 근무한지 9년이 되었다. 처음엔 나를 포함한 세 명이 퍼스널 트레이너가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은 여섯 명이 늘었다. 새로 들어온 트레이너는 올해로 스물 여섯 살이다. 그러니깐 나와 열 네살이나 차이가 난다.


센터에 걸려 있는 트레이너 이력사항을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을 했다. 그런 연유로 프로필에 들어갈 사진도 다시 찍게 되었다. 현재 사진은 9년 전 모습이다. 역시 사진은 파릇파릇 젊음의 냄새가 났다.

9년전 처음 찍은 프로필 사진

프로필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해서 스튜디오가 있는 청담동까지 직접 찾아갔다. 나는 예전에 고수했던 얼굴마담의 위용을 뽐내고자 자신 있게 사진사가 지시하는 포즈대로 자세를 취했다. 수십 번의 셔터가 찰칵거리니 마치 잘나가는 한류 스타처럼 느껴졌다.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프로필에 들어갈 사진이 왔다. 어떻게 나왔을까 기대하고 파일을 클릭했다. 많은 트레이너들이 자신의 얼굴을 기대하며 모든 시선이 모니터에 쏠려있었다. 파일이 열리고 내 얼굴을 확인한 후 모든 사람들이 합심하여 파안대소를 했다.

실제 잘생긴 내 모습과는 너무도 다르게 나왔다. 그야말로 ‘영구’였다. 나는 즉시 스튜디오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사진사에게 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찍은 사진 중에서 제일 상태가 좋은 걸로 골랐는데요!”


전문가의 눈으로 엄선하여 골랐다니 뭐라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했다.

나는 이번 ‘영구사진’사건 이후로 사진 찍기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 듯싶다. 그리고 9년간 고수해 왔던 얼굴마담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동안 클럽에서도 이젠 받아주지 않을 것 같다. 나이가 들고 체중이 늘어나면 왜 사람들이 사진 찍기를 꺼리는지 이제 알 것 같다.


링컨이 그랬던가. ‘남자 나이 마흔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10키로 감량 전의 모습
그렇게 굴욕의 시간이 흐르고 4개월 뒤에 나는 다시 동안 얼굴과 몸짱으로 돌아 왔다


10키로 감량을 끝으로 드디어 프로필 사진을 찍는 날이 찾아왔다.

마지막까지 지방을 커팅 하기 위해 아침 공복상태로 트레드밀 위에 섰다. 그리고 1시간 동안 계속 달렸다. 사진 촬영은 오후 3시 반. 아침과 점심 식사는 거의 굶다시피 했다.

드디어 스튜디오 도착. 처음 찍어보는 몸 사진이기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몰랐던 내게는 모든 주위 상황이 어색하기만 했다. 나머지 8명은 저마다 가져온 의상들을 입고 무대 뒤에서 근육으로 최대한 혈류량을 보내기 위해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나는 곧바로 그 분위기에 합류하여 펌핑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 먹은 것이 하나도 없기에 도저히 근육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 라인업에 들어섰다. 그런데 매가리가 전혀 없어 보이는 근육에 태닝도 못해서 내 근육은 다른 선생들과 근육의 선명도와 사이즈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촬영이 끝난 후 보정 전 사진이 나와서 확인해 본 결과 나만 밋밋한 복근과 두루뭉술한 가슴 근육으로, 일명 운동 전과 후가 ‘도찐개찐’이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보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 생애 첫 다이어트였고 10키로 감량을 통해 원래의 ‘동안 얼굴’로 돌아왔으며 자신 있게 달라붙는 옷을 입어도 되는 여유로움이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빛바랜 성취감이 자신만의 색채를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해냈다는 그 뿌듯함은 매너리즘에 빠진 현재의 삶에 큰 활력소가 된 것이다.


사실 처음 이 제안(단체 프로필 사진)을 했을 당시 84키로의 안락한 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3년간 수업 외의 시간을 책과 글에 파묻혀 살다보니 어느새 얼굴과 배가 윤택해 져 버린 것이다. 헐렁했던 유니폼도 꽉 쪼여서 늘 수업시간에 배를 억지로 집어넣음으로 교묘히 가리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회의 시간에 과장님께서 “코어 트레이닝을 지도할 때 선생이 배가 나오면 동기부여가 전혀 안 된다”며 애써 내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나를 두고 한 말처럼 들렸다.


그런 일이 있고 얼마 후 함께 일하는 트레이너 중의 한 선생님이 살이 너무 많이 찐 나를 보고서 드디어 히든카드를 꺼내게 되었다. 일사천리로 계약을 마치고 선금까지 치루고 두 달 후에 단체 몸 사진을 찍는다는 발표를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벼랑 끝에 몰린 나는 자의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타의에 의한 체중 감량을 시작하게 되었다.


‘삶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은 게으름과 망설임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시원한 얼음냉수와 같은 메시지이다. 힘들더라도 일단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척수를 통해 근육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사진 촬영을 통해 얻게 된 시너지 효과는 비단 외모의 변화만이 아닌 정신의 다이어트가 되어 영과 육의 조화를 이룬듯하여 너무 가슴 벅차다.


10키로 감량 후의 모습


체중감량은 몸과 마음의 강건함을 회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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