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에게 필요한 요소
요즘 신병주 역사학자가 강의한 ‘이야기 한국사’에 빠졌다. 그런데 역사적 인물들을 보면 하나같이 어제의 막역한 관계가 오늘의 견원지간으로 돌변하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자신이 추구하는 사상적 체계가 흔들리는 것은 자신의 전부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겼던 것 같다.
정몽주와 정도전, 성삼문과 신숙주,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중종과 조광조의 관계가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는데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첫째, 역성혁명과 기존체제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끝끝내 갈라서게 된 정몽주와 정도전은 한때는 ‘이색 스쿨’이라는 곳에서 호형호제 하면서 가깝게 지내던 관계였다.
둘째, 세종대왕시절 집현전에서 한글 창제와 서적을 편찬하는데 함께 공을 들였던 성삼문과 신숙주는 단종 폐위에 관한 문제에서 사육신과 세조의 브레인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셋째, 같은 동인 출신이었지만 뜻하는 정치체계가 달라서 남인의 이황과 북인의 조식으로 분열되어 결국은 남북붕당의 체계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산군의 폭정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왕위에 오른 중종은 사림학파인 조광조를 등용해 입지가 약한 자신의 세력 기반을 견고히 하고자 했지만 끝내는 조광조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유배를 보내고 사약을 받게 한 왕과 신하의 불편한 관계를 들 수 있다.
내게도 한때는 허울 없이 지내던 관계에서 얼굴을 같이 대하면 왠지 불편해 지는 사이로 전락돼버린 경우가 종종 있다. 성격상 웬만해선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지만 삶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원칙을 허물고 들어오는 모든 외부적 자극에 대해서 철저히 저항하는 편이다. 이러한 원칙에선 친척이든 나이가 많은 선배든 나이 어린 후배든 예외가 없다.
그렇다면 다 털어버리면 남게 되는 내 삶의 원칙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다. 시쳇말로 ‘싸가지’다. 특히 나를 하대하는 말투를 함부로 짓거릴 때 내안의 헐크가 튀어나온다. 분명 그렇게 말한 상대방 또한 원인제공을 받았기에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기전이 발동했으리라 여겨지지만, 느낌상 상대방의 의도를 알 수 있기에 ‘이것은 분명 싸가지 없는 행동이다’라고 판단이 되면 여지없이 싸움닭으로 돌변한다.
(프리랜서처럼 일하라, 이근미)라는 책에서는 사람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으로써 3A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appearance(외모), ability(능력), attitude(태도)이다.
외모는 꼬라지, 능력은 싹수, 태도는 싸가지라고 말할 수 있는데 꼬라지와 싹수를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싸가지는 그 사람의 인격이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가 없다.
외모와 능력 그리고 태도가 있을진대 그중에 태도가 제일 바꾸기 힘들다는 말은 참으로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는 후련한 표현이다.
생업으로 일하고 있는 트레이너의 삶속에서도 종종 태도(싸가지)가 부족한 경우를 볼 수 있다. 가령 트레이닝 시간을 상습적으로 늦는 다거나, 독고다이처럼 자신의 트레이닝이 최고인양 남의 트레이닝을 하수로 여기거나, 또는 회원과의 수업시간을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시시각각으로 변경 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은 외모와 능력은 출중하다. 한마디로 인격이 덜 됐다. 나는 외모와 싸가지는 좀 있는 편이다. 능력은 보통이다. 그래도 능력이 좀 모자라도 한 곳에서 10년 동안 트레이너로서 일을 해 오고 있다. 만약 싸가지가 없었다면 벌써 이곳저곳으로 전전긍긍했을 것이다.
외모와 능력이 부족해도 태도만 좋으면 그래도 희망적이다. 왜냐면 외모는 돈을 투자하면 되고 능력은 노력을 쏟으면 된다. 그렇게 되면 3년 후엔 외모와 능력은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에 오르게 된다. 그런데 태도는 좀처럼 요지부동이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길은 있다. 태도가 인격의 범주라면 인격을 담은 학문을 공부하면 된다. 바로 책을 읽는 것이다. 전공 책에는 몸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내용은 없다. 그래서 전공도 중요하지만 교양도 필요한 것이다. 전공필수가 있듯이 교양필수 과목도 이수해야만 한다. 인격에 관련된 책이면 모두 좋다. 성인의 말씀도 괜찮고, 문학과 고전도 훌륭하다. 다만 자뻑만 늘어놓는 책은 삼가야 한다.
건강과 운동에 관련한 강의와 세미나가 넘쳐난다. 최근에 코엑스에서도 운동 박람회가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찾았고 각자의 관심과 성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듣느라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 좋았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트레이너의 자질과 인격에 관한 교양필수 강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태도에 대해선 시간이 지나면 채워지는 줄로만 생각해서일까? 그러나 이것 또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영역인 것이다. 물론 오랜 기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공자의 제자들 중에도 싸가지가 없는 이가 있었나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식은 많아도 인격이 없는 자는 문서를 관리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고, 또한 인격은 있지만 지식이 없는 자는 야인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외모와 능력(지식) 그리고 태도는 다 있을진대 그중의 제일은 싸가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