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식(knowledge)
퍼스널 트레이너는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욕구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운동과 건강에 관련된 해박한 지식을 섭렵하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지식(knowledge)은 두 가지 의미로 나뉜다.
그것은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책을 통해 알게된 지식이다.
마이클 폴라니는 지식을 겉으로 분명하게 표현된 것을 이해할 수 있는 ‘표출적 지식(explicit knowledge)',과 표현하기가 매우 어려운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으로 나누었다. ‘표출적 지식’은 ‘명제적 지식’, ‘형식지’, ‘명시지’, ‘공식지’라고 부르기도 하며, ‘암묵적 지식’은 줄여서 ‘암묵지’라고 부른다. ‘암묵지’를 ‘신체지’ 또는 ‘경험지’라고도 한다.(이건희 시대, 인물과 사상사, 강준만, p.107)
사실 '마이클 폴라니'가 말한 표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 둘 다를 갖춘 퍼스널 트레이너를 찾기는 쉽지 않다. 대개는 둘 중의 하나에 편중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표출적 지식을 말할 땐 대학 교수나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사람을 연상할 수 있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기는 것이 주 업무인 사람들에게는 표출적 지식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그들은 근거와 데이터를 통해 얻은 연구 가설들을 학술지에 논문을 실어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려고 한다. 그러한 결과로 일반화 된 지식(이론)들은 책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체육을 전공한 사람들은 한 번쯤은 ‘근수축의 기전’이나 ‘지연성 근육통의 원리’라는 이론을 들어봤거나 공부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론들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쥐들을 해부하고, 생검을 위해 쥐의 다리에 전극을 꽂고 관찰을 해야만 한다.
또 하나의 경우는 암묵적 지식에 능한 사람들이다. 암묵적 지식은 직접 경험한 노하우들을 말한다. ‘생활의 달인’처럼 수없는 반복을 통해 얻게 된 하나의 공통된 패턴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암묵적 지식을 잘 표현한 글이 있다. 바로 장자의 ‘수레바퀴 깎는 노인’이라는 글이다.
잠시 들여다보자면,
「제나라 환공이 당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목수 윤편이 당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망치와 끌을 놓고 당상을 쳐다보며 환공에게 물었다. " 감히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만 전하께서 읽고 계시는 책은 무슨 말입니까? 환공이 대답하였다. " 성인의 말씀이다." " 그 성인이 지금 살아 계십니까?" "벌써 돌아가신 분이다." " 그렇다면 전하께서 읽고 계신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군요." 환공이 말했다. " 내가 책을 읽고 있는데 목수 따위가 감히 시비를 건단 말이냐. 합당한 설명을 한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윤편이 말했다. " 신은 신의 일(목수 일) 로 미루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만, 수레바퀴를 깎을 때 많이 깎으면(축 즉 굴대가) 헐거워서 튼튼하지 못하고 덜 깎음면 빡빡하여 (굴대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한 깎음은 손짐작으로 터득하고 마음으로 느낄뿐 입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중간에 정확한 치수가 있기는 있을 것입니다만, 신이 제 자식이게 그것을 말로 깨우쳐줄 수가 없고 제 자식 역시 신으로부터 그것을 전수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흔 살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손수 수레를 깎고 있습니다. 옛사람도 그와 마찬가지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전하지 못하고 (글로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하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들의 찌거기일 뿐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
여기서 표현한 핵심은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한 깎음은 손짐작으로 터득하고 마음으로 느낄 뿐 입으로 말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회원을 지도하는 가운데 운동 동작들에 대한 각각의 중점 사항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말과 글로 표현하기가 여간 힘든 부분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지도하지만 최종적으로 깨닫는 건, 트레이너가 강조한 부분을 꾸준한 반복으로 회원이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것이다.
서점에는 운동에 관한 많은 책이 있다. 동작들을 소개하는 것도 천편일률적이다. 한 줄 한 줄 소개한 글을 꼼꼼히 읽고 따라해 봐도 효과가 있는지,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스쿼트(squat) 동작을 설명할 때를 보자.
일반적인 설명은 이렇다. 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으로써 허리는 가급적 펴고 척추와 골반을 연결하는 부위(엉치)는 하나로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
이대로 따라 해봐도 뭔가 어색하고 동작이 잘 안 된다. 앉으면 허리를 펴지 못하겠으며 자꾸 뒤로 넘어질 것만 같다. 그런데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면 잘 안 되던 동작이 쉽게 고쳐진다. 책만 읽어서는 도저히 못하겠던 동작이 말이다.
이것이 윤편이 말한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한 깎음에 대한 손감각인 것이다. 그리고 손 감각은 암묵적 지식인 경험지인 것이다.
퍼스널 트레이너는 이론과 실기를 골고루 갖춰야 한다. 문무를 겸비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완벽하게 소화할 필요는 없다. 표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의 중간 단계가 있다면 그 곳에 위치해야 한다.
센터에도 이론에 강한 트레이너가 있는 반면에 실기가 강한 트레이너도 있다. 그런데 둘 다 강한 트레이너는 없다. 둘 다 조금씩 알고 있는 트레이너는 존재한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얉은 지식, 채사장’이라는 책이 있다. 정말 맞는 표현이다.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건 다방면의 지식이지 한 분야의 전문 지식만 갖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10년간 한 곳에서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지금까지 함께 근무하고 있는 퍼스널 트레이너는 단 한 명뿐이다. 모두다 센터를 그만두고 각자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떠났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함께 지냈던 트레이너와 가르쳤던 회원들에게 인정받고 그만 둔 트레이너들을 보면 하나같이 이론과 실기를 적절히 갖추고 있었다.
머릿속에 아는 것이 많으면 행동으로 옮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생각함으로 실제 트레이닝에 적용을 잘 하지 못한다. 또한 이론을 무시하고 자신의 경험만 믿고 회원을 지도하게 되면 자칫 몸을 망칠 수 있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다양한 교육이 생겼다. 운동 방법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고 있다. 배움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배운 만큼 잘 활용해야 진정한 지식이 되는 것이다. 열심히 배우고 트레이닝을 지도할 때 잘 써먹는 것이 이론과 실기의 경계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순종보다는 잡종이 힘이 더 세고 모든 면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이론과 실기의 중첩에 있을 때 그와 같이 탁월한 실력을 갖게 된다.
스티브 잡스도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경계에 있는 것을 좋아했기에 세기에 남는 업적을 남겼다.
퍼스널 트레이너는 공부할 내용들이 꾀 많다. 2008년에 생활체육 1급(현, 건강운동관리사) 연수원에서 자격시험을 받기 위해 배웠던 과목이 무려 12종류나 되었다. 운동 생리학을 비롯해서 기능 해부학, 스포츠 심리학, 운동 역학, 운동처방론 등등. 하지만 실제로 이 과목들의 깊은 내용들은 접하지는 못했다.
퍼스널 트레이너로서 회원을 지도할 때 사용하는 지식들은 한정되어있다. 마치 생활 영어에서 사용하는 단어만 알면 회화가 가능하듯이 말이다. 중요한건 트레이닝과 연계하여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근수축의 종류인 등장성 수축(Isotonic contraction)과 등척성 수축(Isometric contraction), 그리고 등속성 수축(Isokinetic contraction)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게 되었다면 스쿼트(squat)나 런지(lunge)등과 같은 운동 동작에 실제로 써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트레칭을 적용할 때에도 고유수용성 감각(proprioception) 에 대한 이론을 공부한 후에 근방추(muscle spindle)와 골지건기관(Golgi tendon organ)의 특성들을 실제로 활용해야 한다.
운동처방론에서 카보넨 공식과 자각인지도(RPE)라는 이론이 나온다. 유산소 운동 시 운동의 강도를 설정할 때 필요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이론을 실제 회원을 상대로 트레이닝을 할 때 끌어다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회원이 유산소 운동을 하러 왔다면 주먹구구식으로 대략적인 운동 강도를 설정하는 차원에서 멈추고 만다.
먼저 목표심박수(Target Heart Rate)를 구하고, 심박수를 모니터링하면서 매분 마다 심박수를 기록하고 동시에 자각인지도인 근육의 피로도(수치화)를 확인하면서 처음 구했던 목표심박수에 근접한 운동의 강도(km/h)를 찾아내는 과정은 무시한 채 모두에게 똑같은 운동강도(km/h)를 손가락 몇 번의 놀림으로 끝내버린다.
생활체육 1급(현, 건강운동관리사) 연수원 시절에 ‘운동부하검사’ 과목을 가르쳤던 교수의 말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운동 생리학을 공부하기 이전에 중학생들이 보는 생물책에 나오는 내용들만 다 알아도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는다.”라고 그 교수는 일축했다.
그러나 나는 한 마디 더 덧붙이고 싶다.
“그 생물책에 나온 내용을 갖고 트레이닝에 조금만 적용한다면, 훌륭한 트레이너가 될 수 있다.”라고...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을 볼 때, 선수 시절을 마치고 지도자 과정에 들어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코치나 감독의 자리를 맡게 된다. 그들은 현장에서 배운 손(혹은 발) 끝의 감각을 이젠, 눈에 보이게 체계화 하는 과정을 주목적으로 일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코치나 감독들 밑에서 훈련을 받는 선수들은 많은 현장 경험을 갖고 있기에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스포츠 지도자의 위치가 퍼스널 트레이너와 같다.
퍼스널 트레이너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암묵적 지식과 책을 통해 배운 표출적 지식을 적절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트레이닝을 받는 회원들은 자신의 트레이너를 신뢰하고 수업에 집중하게 된다.
학문과 실무의 경계에 서서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두 날개로 하늘을 유유히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평형감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