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다스리는 법

의식적인 호흡과 보행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모든 둘째는 자립심이 강하고 눈치가 빨라서 스스로의 삶을 잘 개척한다고 한다. 그 이유가 첫째와 셋째 사이에서 부모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길러진 생존 본능이라고 대개는 그렇게 말한다. 성격도 좋다고 한다.

그런데 나의 둘째는 반반이다. 맞는 것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다.


목욕하다가 버럭 둘째 아이에게 화를 냈다. 첫째와 셋째는 분위기 파악을 잘 해서 아빠가 어느 정도 화가 났다는 것을 감지하면 자신의 의지를 내려놓고 아빠의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한다. 그런데 둘째는 눈치가 없는 것인지, 자신의 주장이 너무 쌘 것인지 도통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항상 매를 맞고 벌을 서는 일 순위는 둘째의 몫이다.

그렇다고 편애하는 건 아니다. 유독 둘째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면 둘째가 늘 말을 제일 안 듣는다.


둘째가 느끼는 섭섭함이 있는 것인가. 그 섭섭함이 서투른 반항 끼로 표현되는 것인가.

분명 둘째는 내가 나은 자식인데 둘째만 싫어하는 감정이 있는 것인가.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어떻게 같은 자식인데 누군 싫어하고 누군 좋아하는 갈림이 있겠는가.


여기까지 들으면 다 눈치 챘겠지만, 나는 세 명의 자식을 둔 아빠다. 첫째는 아들이고 둘째와 셋째는 딸이다. 첫째와 둘째는 네 살 차이고 둘째와 셋째는 한 살 차이다.


문제는 내게 있다.


순간순간 끌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는 ‘감정 조절 장애’가 있는 내 모습을 둘째를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마치 휴화산처럼 평상시엔 잠잠히 있다가 어떤 자극을 받으면 활화산으로 변하여 통제의 범위를 벗어나게 돼 버린다. 그렇게 되면 당하는 당사자나 주변 사람들까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그땐 정말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튀어나오는 듯하다. 억눌린 자아가 말이다.

다행이도 폭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TV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나보다 중증인 것 같다. 그들은 폭력과 심지어는 살인까지 하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틱낫한’이 쓴 ‘화’라는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고 하는데, 화를 다스리는 팁을 배워서 둘째에게 적용 해야겠다. 책표지에 써진 내용이다.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다. 화를 안고 사는 것은 독을 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하며, 인생의 많은 문을 닫히게 한다. 따라서 화를 다스릴 때 우리는 미움, 시기, 절망과 같은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며, 타인과의 사이에 얽혀 있는 모든 매듭을 풀고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화를 대하는 자세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조금은 다르다.

보통 화가 나면 마음에 품고 있으면 속병과 울화증이 생기므로 그 즉시 다른 방법으로 화를 발산해야 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화를 발산해 버리는 것은 무지의 소산일 뿐이고, 폐차나 베개를 나를 화나게 한 장본인이라고 상상하면서 치는 것은 그 무지와 화를 예행 연습하는 행동일 뿐이고, 호전성과 화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호전적이 되고 성마르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 화를 대하는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화가 일어나면 우리는 그것을 맞이해주어야 한다. 화가 마음속에 있음을 인정하고 잘 보살펴주어야 한다. 심리치료에서는 이것을 ‘화와 접촉하기’라고 부른다. 화를 억눌러서는 안 되고 그것의 존재를 인정하고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중요하고도 놀라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화를 다스리는 방법도 있다.


‘의식적인 호흡과 보행’이다.


‘호흡과 보행을 자각하는 것은 화를 끌어안기 위한 더 없이 좋은 비결이다. 조깅도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이것은 감자를 삶을 때 적어도 15분이나 20분 정도 가열을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날감자를 먹을 수는 없다. 화를 처리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것을 자각이라고 하는 불로 가열해서 익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0분이 걸릴 수도 있고 20분이 걸릴 수도 있고,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화를 끌어안기 위해서 호흡과 보행을 의식적으로 할 때는, 다른 것을 해서는 안 된다. 라디오를 들어도 안 되고 텔레비전을 봐도 안 되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된다.’


그러니깐, 종합해 보면 화가 난다고 연탄재를 함부로 걷어차지 말고 화가 난 사실에 대해서 인정하고 화를 다스릴 수 있도록 호흡과 보행이라는 실천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상을 할 때 하는 호흡과 조깅과 걸을 때 나오는 호르몬이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바로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다.

화를 다스리는 법도 어찌 보면 심플하다. 호르몬 조절이니 말이다.


둘째와 함께 주말에 대화하면서 조깅이나 해야겠다.
서로에게 세로토닌이 부족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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