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30분/4월 30일
새벽 4시 30분은 내 머리 속과 핸드폰 안에 입력된 알람 소리가 작동되는 순간이다. 알람 소리 때문에 일어나는 것인지 학습된 생체 반응 때문에 눈이 떠지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새벽 4시 30분은 그리 힘들거나 낯설지 않은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한 시간 늦게 일어나도 되는 날인데도 여전히 미리 맞춰 놓은 알람과 생체 알람이 울려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글을 쓰는 행위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왜 새벽 시간을 고수 하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벽이 주는 이 상쾌함과 특별한 기분.
모두 잠들어 있는 이 시간, 광활한 우주에 나만이 주목받고 있는 듯한 이 기분.
그런데 더욱 가슴 벅찬 건 4시 30분에 고은의 시를 읽고 있다가 온 몸의 털이 다 섰다.
『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오늘이 4월 30일이었으면 심장이 멈췄을지도 모르겠다.
4시 30분과 4월 30일은 특별히 연관성은 없지만 내게 처해진 상황에서는 엄청난 발견이요, 벅찬 행복감이다. 새벽의 특별한 기분과 서운산의 연둣빛을 보고 더 이상 할 말을 잃은 시인의 특별함이 순간의 꽃처럼 내게 다가 왔던 사건.
아마도 삶은 이런 소소한 발견의 연속인 것 같다.
옛 중국에서는 시인을 견자(見者)라고 불렀다고 했는데,
시인은 행복한 사나이.
‘창조의 시작은 감탄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작은 감탄은 생각의 탄생을 낳는다. 또한 감탄은 장기 기억을 관할하는 해마를 자극하여 오래도록 머릿속에 머물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감탄하라, 아무도 느끼지 않는 곳에서.”
4월 30일에 동산에 올라가서 연둣빛 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