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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부작

프로야구 드라마

내게 있어서 프로야구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다.

144부작의 대장정이다. 그러나 지루할 틈 없이 매번 흥미진진하다.

매 순간 느끼는 감정 또한 다르다. 분노, 전율, 감동 그리고 재미.


야구는 소수의 선택받은 자가 선수가 될 수 있는 뭇 스포츠 경기에 비해 기회의 폭이 넓다. 뚱뚱한 사람, 마른 사람, 키가 큰 사람, 키가 작은 사람, 안경을 쓴 사람, 달리기가 느린 사람, 한 손이 없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야구 감각과 센스만 있으면 누구나 선수로 뛸 수 있다. 그래서 난 야구가 좋다.


프로야구를 보고 있으면 얻게 되는 교훈이 참 많다. 무엇보다도 협업을 배울 수 있다. 아무리 잘 쳐도 투수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이길 수 없다. 그와 반대로 투수가 퀄리티 스타트를 이루어도 타석이 불붙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팀의 경기가 그러했다. 잘 던졌지만 타석은 잠잠했다.


또 한 가지 교훈은 꾸준함이다.

처음 잘 하다가 나중엔 흐지부지하는 일명 용두사미 같은 선수가 있는 반면에 슬로 스타트로 나가다가 차츰 성적이 좋아지는 선수, 그리고 한결같이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선수로 나눌 수 있다. 감독은 무엇보다도 한결같이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를 좋아한다. 부상도 물론 없어야 한다.


선수들에게 프로야구는 꿈의 구장이다. 올라야 할 산이 있기에 늘 자신을 갈고 닦을 수 있다. FA 자격으로 높은 몸값을 받고 뛰는 것과 그저 그런 선수로 뛰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모두가 야구로 자신의 꿈을 이루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야구는 선택의 길이 많다. 선수에서 코치로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선수로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명장으로 뛰어난 리더십을 보이는 감독이 될 수는 있는 것이다. 넥센의 염경업 감독이 그러하다.


또 다른 피가 흐르는 시간 630(6시 30분은 프로야구가 시작하는 시간)이 늘 기대된다.

요일 중에 월요일이 제일 싫다. 프로야구가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수들은 좋아할 터이기에 마음을 추스른다.


홈에서 출발하여 홈으로 돌아오는 인생과도 같은 야구는 누가 만들었는지 신의 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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