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Jun 15. 2016

알파고가 할 수 없는 것

회원을 향한 마음

십자인대 재건술을 받고 4주가 지난 회원께서 첫 재활 운동을 하러 찾아 오셨다. 수술을 받기 전에 회원께서 내게 전화를 하셨다. 축구를 하다가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졌다고 하시면서 수술 잘하는 병원 좀 소개해 달라고.. 그리고 수술을 받고 재활은 내게 하시겠다고 미리 못박아두셨다. 1년 넘게 트레이닝을 받고 있기에 신뢰가 쌓였던 터라 부탁하신듯하다.


보정기를 하고 센터에 오셨다. 보정기를 풀었다. 수술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관절경을 통하여 사선으로 터널을 뚫고 타인의 인대(타자건)를 넣고 위아래로 고정하기 위해 나사를 박았다. 내측 무릎 주변사이로 약간의 부기가 올라왔다. 4주간 보정기를 하고 있어서 수술을 받은 쪽의 허벅지와 안 한 쪽의 허벅지를 비교해보면 눈에 보일정도로 차이가 났다. 끊어진 십자인대로 인해 회원은 근육과 함께 마음까지 위축된 상태다. 현재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다. 운동은 프로토콜대로 진행하면 된다. 중요한건 회원에게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재활의 시작과 끝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퍼스널 트레이너는 회원을 향한 지극한 마음이 있어야한다. 비록 돈으로 맺어진 관계이지만 퍼스널 트레이너는 진지함을 늘 유지해야 한다. 마치 보디가드처럼 말이다.

회원의 몸뿐만 아니라 그날의 컨디션도 늘 체크해야 한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찬 얼굴을 하거나 또는 전날 밤 술을 너무 많이 먹고 술이 들 깬 채로 수업을 받으러 오게 된다면 먼저 세웠던 프로그램을 수정하여 플랜B로 바꿔야 한다.

트레이닝을 운전하는 것에 자주 비유한다. 운전하면서 백미러도 봐야하고 사이드 미러도 보면서 차선도 변경하고 주행의 흐름도 잘 맞춰야 훌륭한 드라이버라 말할 수 있다. 행간엔 ‘치매 예방에 운전이 좋다’라는 말도 있다.


근로자를 보통 세 부류로 나눈다. 육체근로자, 감정근로자, 지식근로자.

퍼스널 트레이너는 세 부류에 모두 포함된다. 육체를 써야하고, 감정을 컨트롤해야하며, 문서를 통해 기록을 남겨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비단 트레이닝 기술만 잘 해서는 롱런 할 수 없는 직업이다.

구글의 ‘알파고’를 만든 목적이 헬스 케어를 위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트레이너의 직업이 다소 위축될 여지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알파고가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감정을 치유하는 일이다. 퍼스널 트레이너는 운동으로 사람의 몸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마음까지 다스리게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서 몸과 정신은 같이 케어 하는 것이 정답이다. 통증도 마찬가지다. 통증은 마음이 몸으로 보내는 신호이다.


회원은 수술 후 2주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현재는 목발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걷는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회원에게 드리워진 그늘이 걷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 신을 신으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