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넘는 시간을 함께한 노부부의 이별
준비한 듯 준비하지 못한 이별 앞에서
죽음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올지 아무도 모르기에 사람들은 지금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어쩌면 오늘, 어쩌면 올해, 나에게 혹은 내 배우자에게 마지막이 올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며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2024년이 끝나갈 무렵, 6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한 노부부의 이별을 보게 되었다. 기력이 없어 오랜 시간 자리에 몸져누워있었지만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던 할아버지가 그날따라 아무런 이유 없이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단다. 그리고 아침에 찾아와 식사를 챙겨준 큰 딸의 손을 잡아 토닥여주고 퇴근하고 온 큰 아들의 손을 잡아 토닥여주고는 그날 저녁 조용히 여명을 달리하셨다. 늦은 시간이라 다른 자식들의 얼굴은 보지 못하고 할머니와 큰 아들만이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까지도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셨다한다. 병원만 가면 다시 기운을 차릴 거라 생각하시며 얼른 병원으로 가라고 재촉하셨는데 뒤늦게 연락을 받고 멀리서 한달음에 달려온 다른 자식들의 설명에 할머니는 그제야 울음을 터트리셨다.
누가 먼저일지 알 수 없기에 두 분이 함께 영정사진과 수의를 준비해 두며 언젠가 다가올 이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6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배우자의 죽음은 할머니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 되었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할머니는 잠시도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할아버지를 그리워하셨다.
입관절차를 밟을 때 할머니는 불편한 걸음으로 할아버지의 모습을 눈에 담고 손에 담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시는 모습은 긴 시간을 함께하고 마지막을 함께 준비했지만 막상 다가온 이별 앞에서는 그 어떤 마음의 준비도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꽃다운 젊은 시절에 만나 많은 아이를 낳고 아이가 자라 또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또 아이를 낳는 그 긴 시간을 함께해 온 배우자와의 이별은 먼저 떠나간 사람에게도, 남겨진 사람에게도 견디기 힘든 순간이지 않을까.
그저 하루빨리 마음을 다잡으시길 바랄 뿐이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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