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라는 두 글자
끊어진 우정, 계속되는 우정
어릴 적 친구를 좋아하는 필자에게 사람들이 하던 얘기가 있었다.
"사회에서 만나면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져. 어릴 때 친구가 평생 가는 거야."
필자는 그리 넓은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 다만 한번 맺은 인간관계를 쭉 이어갈 수 있게 노력하는 편인데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면서 어릴 적 들었던 사람들이 말하는 '우정' 조금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학창 시절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한 필자의 10대는 즐거운 기억이 가득하다. 그 나이에만 알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고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눌 친구들이 있었다. 성인이 되고 각자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친구들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시기도 있었지만 20대를 지나 30대가 되면서도 잊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만남을 이어갔다. 관계를 이어가면서도 함께 20대를 즐겼고, 각자의 배우자를 서로에게 소개해주며 결혼 후에도 이제는 각자의 가정을 이룬 후에도 필자와 친구들은 가족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관계를 이어갔다.
언제였을까. 한 친구가 필자에게 "우리들은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했고,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있어서 우리들의 관계가 여전히 잘 이어지고 있는 거 같아."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10대의 사춘기와 그 나이 때 심각했던 고민들, 성인이 되고 겪은 사회의 쓴맛 등을 함께 나누고 고민했던 친구였는데 친구의 말을 듣고 다시금 '우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에게는 10대에 만나 참 많은 시간을 보냈던 한 친구가 있었다. 다른 친구들과도 두터운 친분이 있었으나 이 친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항상 함께 할 거 같은 친구였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그 친구와의 관계가 한순간에 끊어져버렸다. 그 끊어진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인정하지 않는 일을 사과했었는데 그 이유는 단지 그 친구와 멀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필자의 사과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고 그 이상의 사과를 바랐다. 인정하지 않는 일을 사과하며 관계를 이어나가고자 했던 마음이 그때 산산조각이 났다. 그 친구는 관계를 이어가기보다는 그저 자신이 옳고 필자가 틀렸음을 확인받고싶었했을 뿐이었다. 그 후, 그 이상의 사과는 하지 않았고 그 친구와의 관계는 완전히 끊어졌다.
시간이 흐르고 다른 친구들과의 만남 중에 그 친구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관계가 끊어진 이유가 비슷한 시기를 겪지 않아 서로의 공감대 형성이 힘들었고 모두에게 똑같이 흐르는 시간을 보낸 필자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해내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데 아직도 10대의 마음으로 살아가는듯한 그 친구와의 관계는 공감대 형성이 힘들었고 언젠가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우정이라는 이름은 서로가 느끼는 공감대를 말하는 걸까.
필자의 생각에도 '우정'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필요한 것 같다. 10대 때에는 성적, 사춘기, 이성문제 혹은 가족사 등등의 공감대로 우정이 더 두터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했고, 어른이 된 이후에도 비슷한 공감대가 있었기에 서로가 만나면서 어릴 적 시간을 추억하기고, 현재의 시간을 상의하고 서로 이야기하기도 하는 거 같다.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어 그 시절을 생각하면 별거 아닌 어떠한 시간일 뿐인, 이제는 끊어진 우정이 된 그 친구를 혹여 다시 만나도 예전처럼 우정이 이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필자도 그 친구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렇게 소중했던, 이미 끊어진 우정보다 지금 흐르고 있는 우정을 생각해 보며 현재 계속되고 있는 지금의 우정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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