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천지가 뒤집히는 혼란

by 제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도 흥미롭고 책 표지며 내지에 많은 사람들의 충격적이지만 일독을 권한다는 추천사도 많아 관심이 갔다. 인터넷 상에서도 놀라운 이야기라며 호평이 많았는데 책의 줄거리나 반전 어린 결말에 대해서는 다들 입을 맞추기라고 한 듯이 말을 아끼길래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처음에는 평이한 전기문인가 생각하며 가볍게 읽다가 스토리 곳곳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숨어 있었고, 장면마다 글의 장르가 바뀌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흥미롭게 독서를 이어갔다. 하지만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는 어디까지 동의를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측면이 있어서 중간중간 멈춰서 머물러 있느라 진도는 느리고 힘겹게 나아가는, 나에게는 좀 어려운 책이었다.


책 내용은 이렇다. 앞부분에는 이 책을 쓴 작가, “룰루 밀러”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스탠퍼드 총장을 지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분의 자전적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그러다가 결말 부분에 매우 충격적인 반전과 더불어 미국 사회 실상에 대한 신랄한 고발이 있다.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나의 가치관을 뒤흔드는 사건이나 묘사가 있고 사회적 금기를 건드리는 부분이 있어서 읽어 나가는 게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왜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룰루밀러&데이비드 스터조던.PNG 룰루밀러 & 데이비드 스타 조던

우리 모두가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던 사회 질서에 대한 도전이 이 책의 메시지다. 그리고 그 사회 질서란 차별이다. 인종 차별, 성 차별, 그리고 종에 대한 차별까지…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우리는 모두 어떤 의미에서 사회적인 그리고 동시에 개인적인 일종의 “감옥”에 갇혀 있다. 이 감옥은 실제 감옥이 아니라 정서적인 감옥이기에 더 탈출이 어려운 것 같다.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 성역할에 대한 관념적인 사고, 종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 이 모든 것에서 누가 100%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학교에서는 이런 차별이 나쁜 것이라고 배웠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엄연히 수많은 차별이 존재하고 나 역시 ‘아차’하는 사이에 그런 차별에 동조하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각성이 이 책을 무겁게 만든다.


나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하지만 낯설음에 대해서 그렇게 관대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를테면 내 친구 중에 흑인은 커녕 백인도 없다. 게이도 없고, 무성애자나 양성애자도 없다. 어쩌면 없다고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람이 다른 생물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있다는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이 최소한 기생충보다는 우월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동물원에 자주 갔다. 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했고 특히 동물에게 먹이주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동물원에 가면 아이들 체험용으로 파는 동물 먹이를 많이 사주었다. 그러면서 한번씩 내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동물들을 이렇게 가둬 놓고 먹이를 주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이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어보면 그 일은 결단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 컸고 우린 이미 즐겨버렸고 그 시간은 지나갔는데…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각을 중단해버린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책은 이렇게 끝없이 꼬여버린 ‘뫼비우스의 띠’처럼 머리가 아파서 내가 중단하고 미뤄 놓았던 고민의 한 자락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복잡한 책이다. 흥미진진하다는 것은 분명하니 나 역시 많은 추천사에 내 이름 한 줄을 보태는데 망설이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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