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행동을 바로잡아주는 대화

감정코칭에서의 훈육

by 제비

‖행동을 바로잡아주는 5단계‖


감정코칭에서 3,4 단계가 감정을 읽어주는 대화라면 5 단계는 행동을 바로잡아주는 대화이다. 아이의 말을 잘 듣고 공감을 해주었다면 이제 드디어 엄마로서 '내가 정말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바로 그 말'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왔다. 4단계까지만 봤을 때는 감정코칭이란 아이의 마음만 읽어주는 부드러운 양육법인 것 같지만 사실 감정코칭의 목표는 아이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단, 행동코칭처럼 아이에게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을 앞세워 바람직한 행동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 이전에 감정을 수용해주고 그 감정에 대한 타당성을 인정해준 후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가이드만 제공해 준다는 게 그 차이다.


감정을 읽어주는 대화에는 따뜻함이 있다. 그런데 행동을 바로잡아주는 대화에는 엄함이 있어야 한다. 따뜻하다가 엄해야 하는 때 엄해야 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통은 둘 중 하나 잘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감정을 공감해주다가 지나치면 행동에 대한 제한이 없어져서 방임형이 되거나, 감정을 아무리 잘 공감해줬어도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엄격하게 굴면 금방 억압형이 된다. 결국 외줄타기를 하는 광대처럼 한번은 오른쪽으로 떨어지고, 그 다음에는 왼쪽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게 실제 생활 속에서 감정코칭을 연습하는 모습이다.


‖엄함과 억압의 차이‖


엄한 것과 억압적인 것은 다르다. 억압에는 어쨌든 엄마 말이 옳으니 엄마 말대로 하라는 엄마의 고집이 있다. 내가 해 보니까 엄마한테 '어쨌든 내가 맞다'라는 고집이 있는 딴에는 아무리 부드럽게 말해도 결국은 억압이 된다. 말만 자꾸 길어지고 설득조가 되면서 결국은 아이가 잔소리로 듣는다. '네 기분은 알겠는데 그래도 엄마가 맞으니까 엄마 말대로 해' 이렇게 하니까 앞에 3,4단계에서 해 준 경청과 공감마저도 무색해진다. 이런 게 몇 번 반복되면 아이는 나중에 엄마의 진정성 있는 3,4단계마저도 의심의 눈으로 본다. '결국은 잔소리하려고 앞에 서두만 길게 하는 거지? 지겨워. 나도 다 알고 있어' 이런식이다.

istockphoto-1068253480-1024x1024.jpg

엄한 것은 원칙을 알려주고 그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다. 마치 스포츠 경기에서 '이 선을 넘으면 파울'이라는 규칙을 알려주는 것처럼 살면서 우리가 넘지 말아야 하는 한계선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경기의 규칙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알려줘야 한다. 가끔 우리는 아이한테 정확하게 알려주지도 않고 하필 아이가 실수하고 잘못했을 때 '넌 그런 것도 몰랐느냐'며 몰아 세울 때도 많은 것 같다. 아니면 겨우 한번 가르쳐줘놓고 '어쩌면 너는 엄마가 말을 해 줬는데도 그 모양이냐'고 다그치는 적도 많다.


아무리 당연해 보이는 것도 알기 전에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한번 알았다고 해서 금방 아주 잘할 수는 없다. 규칙을 알려줄 때는 서로 기분이 좋고 긍정적인 상태에서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한번에 한두가지씩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만큼만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에 대한 지침은 다음과 같다.

20230916_165140.png

내 생각에 남을 해치는 행동에는 이런 게 있을 것 같다. ✅상대를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물리적으로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것상대의 물건을 허락없이 가져오거나 망가뜨리는 등 상대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는것욕설을 하거나 놀리거나 거짓말을 하는 등 상대에게 말로 상처를 주는 것 등이다.


나의 경우 남을 해치는 행동은 상대적으로 가르쳐주기가 쉬웠다. 이런 내용은 유치원에서도 가르쳐주고, 학교에서도 가르쳐주고, 아이들 부르는 동요 가사에도 있고, 동화책에도, 교과서에도 있다. 내가 집에서 강조를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친구들과 학교에서 유치원에서 이런 내용을 상식적으로 잘 배워 나갔다. 문제는 자신을 해치는 행동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해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가르쳐주기가 참 어려웠다. 자신을 해치는 행동은 일상 생활의 자잘한 습관들이고 종류가 너무 많다. 먹을 시간에 먹어야 하고, 잘 시간에 자야 하고, 자기 전에는 이를 닦아야 하고, 남들 하는 만큼 기본적인 공부는 해야 하고, 핸드폰이나 오락 같은 미디어는 하지 말아야 하고 기타등등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의 목록은 수도 없이 써내려갈 수 있다.


자신을 해치는 행동에 관해서는 아이들과 규칙을 함께 정해 나가야 한다. 아무리 좋은 거라도 엄마가 일방적으로 정해서 강요를 하니까 감정코칭이 결코 안됐다. 이 부분은 집집마다 문화가 달라서 꼭 이래야만 한다는 절대적인 규칙을 정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저녁 식사 시간은 몇 시가 좋은지, 잠자리에는 몇 시에 들어야 할지, 기본적인 공부량은 도대체 하루에 몇 시간이 적당한건지, 유튜브 보는 시간의 한계는 몇 시간으로 정해야하는건지.. 이런 내용은 내가 생각하는 원칙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 의견도 들어봐야 하고 다른 집 다른 아이들 상황도 좀 살펴보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요즘 또래 아이들은 어떤 게임을 얼마나 하고 있고 그 중에 얼만큼이 우리집 상황과 내 아이의 연령과 성향에 적당할 것인지는 그때그때 고민이 좀 필요하다. 그럴 때 같이 의논해 줄 주변의 의논 상대가 있으면 좋다. 나는 운좋게도 같이 감정코칭을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같이 고민하고 고충을 나누며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


‖선택은 최대한 아이의 몫으로‖


감정코칭은 마지막까지 엄마가 자신의 감정조절을 놓치면 안된다. 다 잘하고도 마지막에 '이정도 들어줬으면 됐잖아. 이제 엄마 말 들어!' 이래 버리면 앞에 노력한 것도 다 소용없어진다. 마지막까지 일방적인 지시가 되지 않도록 "태도는 부드럽게" 하지만 "한계는 단호하게" 이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한계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게 현실적으로 정해야 하고 한계 안에서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20230917_151212.png

‖엄마도 지켜야 하는 게임의 규칙‖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기르게 하려면 우리집만의 크고 작은 규칙들이 필요하다. 그런 규칙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게 참 쉽지 않다. 민주주의란 골치 아픈 거다. 엄마를 해 보니 가끔은 독재가 훨씬 효율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내가 훨씬 경험이 많고, 내가 훨씬 정보도 많고, 내가 정말 아이들보다는 더 옳고 훌륭한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입장과 처지를 고려해서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다보니 정말 속터지는 날이 많다. 우리집에서 가장 말썽이 많은 부분은 미디어에 관한 규칙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밥먹고 잠들기, 자기 전에 이닦기, 하루에 연산문제집 2장씩 풀기. 이 정도는 가능했다. 하지만 미디어 사용에 관해서는 입장 차이가 너무나 컸다. 나는 핸드폰은 하루에 10분도 너무 많다는 입장이었고 게임은 하지 말았으면 했다. 아이들은 핸드폰을 하루종일 봐도 부족하다는 입장이었고 하고 싶은 게임 종류가 참 많았다. 어렵게 미디어 사용에 대한 시간과 방법에 대한 규칙을 만들고 나니 나도 어느정도 아이들과 함께 그 규칙을 지켜나가는 정성이 필요했다. 아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미디어가 얼마나 두뇌 발달과 인성 계발에 안 좋은지를 너무 많이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나도 이제 하루종일 드라마를 보는 건 어려워졌다. 엄마는 노트북으로 일을 하는 거지 노는 게 아니라고도 말해 봤지만 어른과 아이에게 서로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는 설명은 나중에 부메랑이 된다. 아이가 청소년이 되어 '어른은 뭐든 마음대로 하는 거 아니었어요? 나도 이제 다 컸어요.' 이렇게 나오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어른은 뭐든 마음대로 하는 거 아니었어요?
나도 이제 다 컸어요!


결국 아이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긍정적으로 가르쳐주기 위해서는 엄마가 좋은 모델이 되어 주어야 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바로 그 모습을 평소에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가 감정적으로 동요할 때 공감해주고 한 편이 되어준다면 아이는 엄마를 믿고 자기 속마음을 다 내어 놓는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엄마도 보고 아이 스스로도 보면서 그럼 이 상태에서 가장 바람직한 문제 해결은 무엇일까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다. 그럴 때 엄마가 '엄마의 제안은 이런데 선택은 네 몫이야'라고 열어 둔다면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고 믿고 따르는 엄마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것이다. 이게 바로 아이를 바람직한 행동으로 이끄는 가장 훌륭한 방법, 감정코칭이다.


엄마의 제안은 이런데
선택은 네 몫이야

‖행동코칭과 감정코칭의 차이‖


행동코칭과 감정코칭의 목표는 똑같다. 둘 다 아이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하지만 행동코칭은 아이의 행동만 보고 엄마 기준에서 엄마 마음에 들면 보상을 주고, 엄마 마음에 안 들면 처벌을 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가르친다. 보상과 처벌은 실제 물질적인 보상이나 물리적인 체벌일 수도 있지만 칭찬과 잔소리도 같은 역할을 한다. 조금 내 마음에 들었다고 '잘했어!' 하고 엄지척을 해주고, 조금 내 말대로 안했다고 '그럼 못쓰지.' 하면서 좋은 말로 가르치는 것도 결국은 아이를 내 뜻대로 통제하겠다는 엄마의 욕망이 담겨 있다. 아이는 외부로부터 오는 보상과 처벌이라는 외적 동기로 움직이게 된다.


반면, 감정코칭은 아이의 내적 동기를 자극한다. 내적 동기는 긍정심과 좋은 관계이다. 아이는 엄마가 무서워서 엄마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엄마가 좋아서, 엄마를 신뢰해서, 엄마를 닮고 싶어서 엄마 말을 듣는다. 엄마와 아이의 긍정적인 관계를 통해 아이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고 싶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이와 한 편이 되는 사랑의 기술, 감정코칭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


20230917_155452.png


감정코칭은 엄마의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양육법이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있고 행복한 사랑의 기술이다. 수 차례의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아이와 내가 감정의 바다에서 자유롭게 파도타기를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아직도 가끔은 파도를 타다가 균형을 잃고 처박혀 물을 잔뜩 먹는 날도 있지만 이제는 안다. 이런 것도 서핑의 즐거움 중에 하나라는 것을. 물에 빠지는 것도 아이와 내가 함께 성장하는 전체 과정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자신감이 생겨서 전보다 두려움없이 감정코칭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감정의 바다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파도를 타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럼 엄마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하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