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형, 방임형, 축소전환형 그리고 감정코칭형
감정코칭은 존 가트맨 박사가 발견한 바람직한 양육법이다. 가트맨 박사는 일반 가정집과 똑같은 모습으로 실험실을 꾸며놓고 많은 부모와 자녀를 초대해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가트맨 박사는 부모가 자녀의 감정을 다루는데 있어 4가지 다른 방식을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자녀가 부정적인 감정을 보일 때 엄마나 아빠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4가지 다른 양육유형을 나누었다.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보일 때, 즉 아이가 울거나 화낼 때 부모가 보이는 일반적인 반응은 일단 억누르거나 아예 손놓고 내버려두는 양 극단의 모습이다. 그게 가장 쉽기도 하고 부모들도 사실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자기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대로 반응하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는 억압형 부모는 “그까짓 것 가지고 왜 난리냐?”, “울지 마라”, “화내지 마라”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고 바람직한 행동만 강요하는 것이다.
그까짓 것 가지고 왜 난리니?
뚝 그쳐!
화내지 마라!
억압형으로 자란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고 믿게 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일생을 살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안 느끼는 것은 불가능한데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그 감정에 대해 야단맞고 억제하라는 요구를 받으니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감정에 나쁜 감정과 좋은 감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는 자기 감정을 숨기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감정이 격해지면 더이상 자기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결국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정말 나쁜 아이가 되고 만다.
방임형 부모는 그 반대이다. “애들은 다 그러면서 크는거야”, “그래, 실컷 울어라”, “화나면 어쩔 수 없지” 하면서 감정을 허락하긴 하는데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지도가 부족하다. 이렇게 아이가 원하는대로 다 들어주면 아이가 편안해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고 한다. 아이는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르겠기 때문에 여전히 불안하고 힘들다. 그래서 계속 징징대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원하는대로 다 해줬고 야단을 치지도 않았는데 얘는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은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부모는 아이를 많이 이해해주고 이야기를 다 들어주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너무 허용적인 부모와 말썽쟁이 아이가 되면서 부모와 아이 사이가 오히려 멀어지게 된다.
애들은 다 그러면서 크는거야.
그래, 실컷 울어라.
화나면 어쩔 수 없지.
아이가 방임형으로 자라면 공주병, 왕자병으로 크고 자기 감정을 절제할 줄 모르기 때문에 원하는대로 다 하고 사는데도 채워지지 않아 자기 자신도 괴롭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한테도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다.
축소전환형은 “별거 아닌데 뭘 울고 그래”, “그게 뭐가 무섭다고 그래”, “화내는 모습이 누구 닮았네, 귀여워라”, “사탕줄게. 잊어버려”하면서 아이를 달래기에 급급한 유형이다. 아이의 감정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축소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덮어버리려고만 하기 때문에 아이는 그런 불편한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채 다른 것으로 덮어가며 자기 마음을 자기도 잘 모르는 사람이 된다. 자기 마음을 잘 모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도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쁜 사람도 아닌데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축소전환형으로 자란 아이는 나중에 중독에 빠지기도 쉽다고 한다. 감정이 불편해질 때마다 먹거나 쇼핑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찾거나 하면서 자기 감정을 쉬운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별거 아닌데 뭘 울고 그래.
그게 뭐가 무섭다고 그래.
화내는 모습이 누구 닮았네, 귀여워라.
사탕줄게. 잊어버려.
억압형, 방임형, 축소전환형 부모는 너무나 평범한 일반적인 부모의 모습이었다. 그런 보통의 부모 모습에서 자란 아이한테 이런저런 부작용이 있다는 설명을 들으니 마음이 무척이나 심난해졌다. 처음 부모의 양육유형에 대해 배웠을 때 강사님은 쉬는 시간에 강의실 밖에 나가 좀 걸어보라고 그랬다. 정처없이 걸으면서 무심하게 뻗은 나뭇가지들이 파란 하늘을 이리저리 갈라놓은 모습을 보았다. 같이 공부하던 선생님 한 분이 다가와 "자기는 어느 유형이었던거 같아?"하고 물었다. 나는 "모르겠어요..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보이면 처음에는 달래기 급급한 축소전환형을 해 보다가 잘 안 달래지면 결국 화가 나서 야단치며 억압형이 되었던 것 같아요. 내가 화를 내도 아이가 진정되지 않으면 결국 자포자기하게 되고 난 모르겠다하며 방임형이 되요. 그리고 나면 스스로가 너무 무능한 엄마인거 같아서 우울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것 같아요."라고 힘없이 말했다.
가트맨 박사가 실험 관찰을 통해 발견한 가장 바람직한 부모유형은 물론 감정코칭형이다. 감정코칭형 부모는 아이가 강한 감정을 보일 때 그것을 좋은 기회로 여기면서 차분하고 여유있게 반응한다. 아이의 어떤 감정에 대해서도 "그래,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어."하면서 타당성을 인정해준다. 그러면 아이는 정말 존중받고 사랑받는다는 기분이 들어서 격했던 감정이 누그러지고 차분해진다. 그럴 때 부모가 편안한 마음으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묻고 가장 좋은 방법을 같이 찾아가 주는 것이다. 부모가 모든 지침을 직접 알려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동행해 주는 것이다.
그래, 그런 기분 느낄 수 있어.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거야.
그래서 넌 어떻게 하고 싶어?
감정코칭형으로 자란 아이들은 감정은 소중하고 믿을 만하다는 것을 배운다. 다양한 감정의 이름을 알고 왜 느껴지는지도 이해를 한다. 자신만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부모에게 감정을 말할 수 있고 그래도 여전히 사랑받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모든 감정은 괜찮지만 모든 행동이 다 괜찮은 것은 아님을 분별할 수 있기에 바람직한 행동을 스스로 알아서 한다. 정말 내 아이도 이렇게 되면 좋겠다 싶지만 이미 억압, 방임, 축소전환을 너무 많이 사용한 것 같아서 걱정이 되고 내가 이제 감정코칭을 배워서 정말 잘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어서 마음이 복잡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