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경험도 대물림된다

후성유성학

by 제비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


부모는 경험이 많기 때문에 정답이 쉽게 보인다. “그럴 때는 네 주장도 할 줄 알아야지. 네 것도 잘 챙겼어야지” 하고 야단치다가 또 어떨 때는 “너는 왜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니? 양보해라” 하면서 완전히 반대되는 지침을 준다. 어른이 봤을 때는 서로 다른 상황들이 보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헷갈리기만 한다. 감정코칭은 어른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는 게 아니고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양육법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은 자기 감정이다. “넌 어떻게 하고 싶어?”라고 물어주어서 아이가 스스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자기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도와준다.


넌 어떻게 하고 싶어?


그 다음에 알아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감정이다. 자기 감정을 잘 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도 잘 볼 수 있다. 자신의 하고 싶은대로 했을 때 상대방의 감정은 어떻게 될지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러면 아이는 자기 감정도 어느정도 충족이 되고 다른 사람의 감정도 다치지 않는 선에서 창의적인 문제의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 부모는 그저 아이가 스스로 고민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너무 헤맬 때 약간씩 방향을 잡아주는 정도로만 도움을 주다가 아이가 자신만의 길을 찾았을 때 함께 기뻐해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되겠네. 정말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되겠네.
정말 좋은 생각이다!

혹시 아이가 찾은 답이 조금 미흡해 보일 때는 의문을 제기하거나 엄마가 생각한 해법을 슬쩍 제시해봐도 좋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긴 한데 이건 어떨까??" 하면서 말이다. 만약 아이가 부모와 친밀한 관계였다면 아이는 자신이 믿고 따르는 부모가 제시한 해법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것이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긴 한데
이건 어떨까?

만약 아이가 부모가 제시한 해법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방식대로 해보고자 한다면 그것도 허락해 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부분은 부모로서 정말 큰 도전이 되는 부분이다. 엄마의 경험으로는 아이가 생각한대로 했다가는 크게 고생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엄마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좀 내려놓고 아이의 생각과 판단대로 해보게 기다려주는 것이다. 아이는 뭘 모르기 때문에 용감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아이의 용기가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길을 찾아내어 아이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나갈 수도 있다. 아이가 어른들이 제시하는 길이 아닌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어 시도해보고자 할 때 부모가 진솔하게 나는 부모로서 불안하고 걱정되지만 너를 믿으니 한번 해보라고 허락해준다면 아이한테 그것만큼 확실한 지지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부모의 전폭적인 믿음과 지지를 받은 아이는 시간이 걸리고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끝내는 잘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타고난 감정코칭형 부모‖


실제로는 참 어려운 얘기다. 청소년 아이의 반항을 경험해 본 부모라면 아이가 자기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엉뚱한 이야기를 할 때 어디까지 허용해주는 것이 진짜 사랑인지 판단하기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어쨌든 가트맨 박사의 추적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감정코칭형일 때 아이는 건강하고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성장한다고 했다. 나한테는 감정코칭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주변에 보니 나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감정코칭을 잘 하는 부모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감정코칭을 잘 하는지 궁금해졌다.


잘 보니 타고난 감정코칭형 부모는 어릴 때 감정코칭으로 자란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감정코칭형 부모 밑에 자란 아이는 나중에 감정코칭형 부모가 되고 억압형 부모 밑에 자란 아이는 나중에 억압형 부모가 되는 것이다. 방임형이나 축소전환형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가 자란 모습대로 아이를 키우기가 쉽다. 그러고 보니 왜 우리 부모는 나를 감정코칭으로 안 키웠을까 원망이 생긴다. 우리 부모가 날 감정코칭으로 키웠으면 내가 지금보다 훨씬 쉽게 좋은 엄마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 역시 감정코칭으로 자라시진 못했다. 우리 부모 세대는 우리나라가 한참 고속으로 경제성장을 할 때여서 감정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놓치며 살아온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또 부모님이 안쓰럽게 여겨진다. 그렇게 내 아이를 키우면서 내 부모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깊어지는게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후성유전학‖


다행스럽게도 후성유전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후성유전학은 피부색이나 눈, 코, 입 모양같은 눈에 보이는 것만 유전이 되는 게 아니라 행동양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 가치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유전이 된다는 학문적 연구이다. 내가 완벽하게 이상적인 감정코치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걷는 발걸음만큼 아이의 출발선이 몇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희망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아이 뿐 만이 아니라 내 손자, 증손자, 고손자한테까지 유전이 될 수 있다. 아까 감정코칭형으로 자란 아이는 나중에 감정코칭형 부모가 되기 쉽다는 사실과 경험도 대물림된다는 후성유전학의 연구 결과를 생각해본다면 내가 감정코칭으로 자라지 않은 것을 원망하기 보다는 내가 감정코칭형 부모가 되는 출발을 한다는 마음을 내면 좋을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데에는 특별한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 이상적인 방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냥 하루 하루 아이와 긍정성을 키워나가는 작은 노력과 실천들이 엄마로서의 내 삶이 되고 그러는 사이에 커 나가는 게 아이인 것 같다. 오늘도 아이한테 배운다는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쓰는 행복일기에 한 줄을 추가해본다. 엄마한테 와 줘서 고맙고,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잘 커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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