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지능의 중요성
우리는 지능이라고 하면 공부를 잘 하는 것을 주로 떠올린다. 책 내용을 잘 요약하고 많이 암기할 수 있다거나 어려운 수학 문제를 잘 푼다거나 외국어를 빨리 익혀서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을 보고 ‘지능이 높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정서지능’이라는 것도 있다. 머리가 똑똑한게 아니라 마음이 똑똑한 것이다. 내 마음을 잘 파악해서 표현할 수 있고 상대방 마음도 잘 헤아려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을 보고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행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냥 ‘지능’보다 마음이 똑똑한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이 누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68명의 하버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1938년에 시작한 연구이다. 명문대를 다닌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지능이 높고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연구 대상자들은 대개 백인 남성이었고 나중에 대통령이 된 존 F. 케네디를 비롯해 유명한 사람들도 많이 포함된 연구였다. 그랜트 연구(Grant Study)라고 불리는 이 연구는 연구 대상자들이 모두 사망할 때까지 무려 75년간이나 지속했다. 연구는 이렇게 똑똑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고 인종이나 성별, 경제적 여건이 좋은 사람들은 아마도 대체로 성공할 것이고 성공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상식을 가설로 하고 시작하였다.
연구 결과 하버드대 졸업생이라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상자 중에는 알콜 중독자가 된 사람도 있었고 자살하는 사람도 있었고 타살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 연구 중간쯤에는 더 정확한 연구를 위해 여성과 빈민가 출신의 남성들을 연구 대상자에 포함시켰다. 백인 남성이 대부분이던 연구 대상자에 성별, 인종, 사회적 지위, 학력 등이 다른 대상자들이 포함되면서 더 많은 조건을 행복의 조건으로 검토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인생의 끝자락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게 살아 남아서 ‘내 인생은 성공이고 행복했다’고 진술하는 사람은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거나 권력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더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의미있는 인간관계를 잘 맺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부부 사이도 좋고 부모와 자녀들과도 사이가 좋았다. 이웃들과도 사이가 좋고 다양한 취미 활동을 공유하는 모임도 가지고 있었으며 지역 사회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고 봉사하는 시간도 많았다. 이런 사람들은 비록 지금은 나이가 들어 병이 생겼거나 지위나 재산이 전보다 줄어들었어도 '나는 잘 살았고 성공했고 행복하다.'라고 진술했다.
의미있는 인간관계를 잘 맺으려면 그냥 '지능'만 좋아서는 안된다. ‘정서지능’이 높아야 한다.
내 경험을 돌아봐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뭔가 좋은 것을 가졌을 때보다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때 더 따뜻하고 행복한 것 같다. 그 마음이 기쁨, 만족감, 성취감처럼 긍정적인 감정이면 더 좋겠지만 슬픔, 좌절감, 실망감같이 부정적인 감정이더라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면 그 힘든 시간을 잘 넘길 수 있다. 돈, 명예, 권력이 다 있어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면 아마 가진 게 많을수록 더 외로울 것이다. 나는 내 아이들이 주변 사람들과 의미있는 인간관계를 잘 만들고 안정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 정서지능 높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아이의 정서지능을 키워주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줘야 하는 것이 감정코칭이다. 감정코칭이 바로 아이로하여금 내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양육법이고 그것이 좋은 관계를 만드는 관계조율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천하는 활동으로는 운동, 보드게임, 여행, 다양한 캠프 활동, 봉사 활동, 팀워크로 하는 작업 등이 있다. 이런 활동들이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가 두 아이들을 데리고 이런 활동을 실제로 해 보고 느낀 건 너무 힘들다는 거다. 사실 제일 편하고 쉬운 것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시원한 공간에서 마음 편하게 서로 각자 보고 싶은 영상을 보면서 서로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내 아이 둘만 데리고 놀면 잘 놀다가도 지겨워한다. 그래서 주변에 또래 친구들을 초대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도와주는 게 더 재미있는 방법이었는데 그러면 재미있는 만큼 다툼의 요소도 많아지고 사건 사고도 많아진다. 서로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취미도 다르고, 성향도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 보드게임, 여행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건 그만큼 엄마의 정서적인 에너지가 더 많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의 정서지능을 높여주는 활동들의 특징은 결국 많은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운동은 승패가 갈리는 활동이다 보니 아이들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아이들은 즐겁고 짜릿함도 느끼지만 분노와 좌절, 실망과 낙담이 교차하면서 긴장감도 높아진다. 게다가 공정성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면 어른 입장이 난처해진다. 보드게임은 아이들 연령이 다를 때 어떤 게임을 선정하느냐를 선택하는 단계에서부터 연령을 고려해 공정한 게임이 되도록 배려하는 규칙을 순발력있게 만들어 내는게 보통 머리아픈 게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는 중간에도 서로 속고 속이고, 순발력을 뽐내기도 하고, 상대방을 약올리기도 하는 등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보드게임 중간에 한 명이 울고 판이 뒤엎어지는 사건을 얼마나 겪었는지 모른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즐거움만 기대하고 여행길에 오르지만 다니다 보면 체력은 고갈되고 서로의 욕구들이 부딪히면서 서로 불만으로 가득차는 시간이 되기 십상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갈등이 생기는 활동이기 때문에 아이들 정서지능이 키워진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학을 잘 하려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봐야 하고 영어를 잘 하려면 영어를 많이 말해봐야 하는 것처럼 정서지능을 높이려면 정서적인 갈등 상황에 많이 부딪혀보고 여러 사람들과의 조율해 보는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 아무일을 안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겠지만 배우는 것도 없다. 주중에는 유치원과 학교를 보내면 되는데 주말에는 아이들과 뭐라도 의미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에너지를 써야했다.
모든 연습에는 실패의 과정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관계를 잘 다루어 나가는 정서지능 높은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다면 이러한 갈등과 골치 아픈 시간들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이 싸우고 울고 토라지고 화내고 하더라도 어른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게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최대한 공감해주면서도 바람직한 태도와 행동에 대해 부드럽게 알려주어야 한다.
이럴 때 주변 엄마들과 마음이 맞으면 큰 힘이 된다. 아이들끼리 놀다가 서로 감정이 상해서 관계가 힘들어졌을 때 상대 아이의 엄마도 이런 상황을 연습으로 바라봐주고 여유있게 대처해주면 아이들은 금방 화나거나 속상한 마음을 진정하고 한층 성숙해진다. 다툼의 경험도 상처가 아닌 자산이 된다. 내 주변에는 같이 감정코칭을 공부한 선생님들이 많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감정코칭은 주변에 있는 엄마들과 같이 배우면 가장 좋은 것 같다. 아이들한테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해결해 나가면 엄마들의 정서지능도 같이 성장할 수 있다. 엄마들도 아이들 덕분에 인간관계의 기본 원리와 해결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된다. 이렇게 아이들을 통해 내 삶을 깨우쳐 나간다고 느낄 때 아이들이 참 고맙게 여겨진다. 매일 싸우고 화내고 불평하고 울고 불고 하는 요녀석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