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애 박사의 행복수업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개해 준 책

by 제비

큰 아이를 낳고 두 살 터울로 둘째까지 낳아 키우면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매일 느꼈다. 다들 결혼을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길래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만 이렇게 어려운 건지, 내가 해외에서 아이를 길러서 힘든 건지, 개구쟁이 건강한 남자아이 둘이어서 이렇게 지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엄마로서 모자라고 무능해서 이렇게 힘든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두고 자꾸 힘들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게 미안하고 괴로웠다. 아이들을 원망하기는 싫어서 자꾸 남편만 미워했던 것 같다. 누가 나를 좀 도와줬으면 싶었는데 남도 아니고 애 아빠가 내 마음을 잘 몰라주는 거 같아서 정말 서럽기만 했다.


‖첫 아이 낳고 부부 사이가 나빠질 확률 70%‖


마음을 달래 보려고 읽은 여러 책들 중에서 «최성애 박사의 행복 수업»이라는 책이 있었다. 이 책은 결혼 생활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한 존 가트맨이라는 박사님이 수많은 부부의 모습을 관찰하고 분석한 후 행복한 부부는 이렇게 대화하고 이렇게 살아가더라 하는 내용으로 최성애 박사님께서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해 놓은 책이었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되었고 동시에 크게 위로받았던 내용이 바로 첫 아이를 낳고 부부 사이가 나빠질 확률이 70%라는 부분이었다. 나는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사이가 더 좋아질 줄 알았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두 사람을 반씩 닮은 사랑스러운 아기를 낳았으면 당연히 부부가 꿀 떨어지게 서로 행복한 게 정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 집은 아니어서 너무나 실망스럽고 세상에서 나만 가장 불행한 사람인 것 같고, 내 남편만 엄청 야속하고 무정한 사람인 것 같고, 우리 애들만 엄마 말 안듣고 매일 싸우고 사고치는 말썽쟁이인 줄 알았다. 남편도 미워하고 아이도 힘들어하는 내가 정말 못 되고 무능한 아내이자 엄마인 것 같아서 죽고 싶게 괴로웠는데 원래 70% 정도는 사이가 나빠지는 게 정상이라니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다.



더군다나 그 이유가 더 놀라웠다. 첫 아이를 낳은 부부 사이가 나빠지는 이유는 바로 "수면 부족" 때문이었다. 아이 때문에 길게 편안하게 깊게 자지를 못하고 자주 깨고 얕게 자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엄마도 아빠도 예민해지고 그래서 부부 사이가 나빠진다는 것이다. 그 말에 너무나 공감이 됐다.


‖내 고통의 원인은 나의 어리석음‖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모유수유하고 다시 임신하고 출산하고 모유수유하고를 두 번 반복하는 동안 편하게 마음 놓고 잠을 잔 기억이 얼마 없다. 욕심에 둘 다 완모를 하겠다고 끼고 키웠더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밤에도 엄마를 찾았고 내가 요령이 없었던 건지 밤에도 낮에도 애 둘에 시달리느라 잠을 편히 못 잤다. 둘째 모유수유를 끝내고 나서는 그동안 내 시간을 맘 편히 못 가졌다는 핑계로 아이 둘을 재워놓고 나 혼자 드라마를 보며 맥주를 홀짝이는 게 나름 나의 유일한 낙이자 소중한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그런 스트레스 해소법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피로가 쌓이는 방법이었다. 드라마 보는 동안은 기분이 좋고 자유로운 것 같지만 사실 그만큼 수면 시간을 줄어들고 몸은 피곤해진다. 처음에는 티가 많이 안 나지만 하루 이틀 계속되면 피로가 쌓여서 몸이 무겁고 자꾸만 짜증이 난다. 나는 이걸 아이들이 너무 내 말을 안 들어서라고 생각했었다.


아이들 나무라기 미안하면 남편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남편도 처음 아빠가 되고 가장이 되어서 어깨가 무겁고 사회 생활 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때인데 나의 짜증 섞인 투정에 도망 다니기만 바빴다. 남편은 도망가고 나는 추격하고 서로 좋다고 결혼해 놓고 이게 뭐 하는 건가 자괴감이 들었다. 이렇게 아이들을 탓했다가 남편을 원망했다가 나 자신까지 미워하기를 반복하느라 지쳐있을 때 '아! 그게 아니었구나. 내가 그냥 잠을 실컷 못 자서 그런 거구나'라는 깨달음은 정말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이자 나를 해방시켜 준 소중한 정보였다.


‖사랑은 체력에서 나온다‖


체력은 국력만이 아니다. 모든 좋은 마음은 다 건강한 몸에서 나온다. 내가 나의 괴로움의 원인은 나의 어리석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내 생활 전반이 바뀐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관점을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서서히 나는 내 일상을 바로잡기 시작했다.


우선 아이들 자는 시간에 나도 자려고 노력했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드라마와 인터넷 카페를 전전하던 생활도 적당히 하려고 조절하였다. 운동할 시간이 정말 없고 그럴 체력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한테 맞는 운동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잠깐씩이라도 몸을 움직여 보았다. 음식도 아이들 먹이면서 대강 끼니만 때우는 식이 아니라 나 혼자서라도 좀 제대로 차려서 골고루 먹어보려고 애썼다.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나면 접어두었던 베트남어 공부도 다시 시작해 보고 뭔가 더 건전하고 바람직한 생활을 해 보려고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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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내가 가장 잘한 것은 주변 사람들하고 잘 연결하려고 노력했던 일이다. 첫 아이를 낳을 때는 교민 수가 적어서 많이 외로웠다. 그때는 주변에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게 그렇게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일인줄도 몰랐다. 아이 낳기 전에는 혼자서도 잘 노는 성격이어서 혼자 아이 키우는 걸 그다지 겁내지 않았었는데 아이 키우는 일은 혼자서는 정말 못하는 일이었다. 아이가 없으면 혼자서 음악도 듣고 드라마도 보고 책도 보면서 나름 혼자기에 즐거운 일들을 찾을 수가 있지만 아이가 있으면 취미 따위를 즐길 여유라곤 전혀 없어진다.


둘째를 낳고 나서는 교민 수가 점점 늘어나던 시기여서 이웃이 생길 때마다 반갑게 맞이하면서 육아에 대한 고민도 나누고 내 일상을 공유하였다. 지인들하고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진 해외살이가 외로울 때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정말 힘이 되는 날들이었다. 도움받을 일은 청하고 내가 도울 일은 뭐든 도우면서 밝게 지내고자 했다. 나중에 더 공부해 보니 사람은 이렇게 관계로 인해 회복하고 관계로 인해 성장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뭘 알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나와 남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 보려고 생각했던 게 돌아보니 참 잘한 일이 되었다. 체력을 좀 갖추고 나니까 아이들을 양육할 에너지가 좀 생기는 것 같았다. 그 전에는 겨우 하루하루 생존에만 급급했다면 이제야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돌 볼 여유가 조금은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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