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감정을 읽어주는 대화: 경청과 공감

열린질문, 경청과 공감

by 제비

‖열린 질문으로 물어보기‖


마지막 5단계를 설명하기 전에 3,4단계를 좀 더 자세히 다뤄보고 싶다. 3,4 단계가 어렵기도 하고 중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감정적인 소통이라는 게 참 어렵고 와 닿지 않았다. 감정으로 대화를 한다는 게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감정을 읽어주라길래 아이의 행동을 보고 내 나름대로 아이의 감정을 넘겨짚었다. '너 화났지?' '너 슬프지?' '왜 그래? 속상해서 그래?' 그리고 성급하게 내가 원래 하고 싶은 말을 시작했다. '아무리 화나도 동생 때리면 안돼!' 이건 결코 공감이 아니었다. 그냥 이렇게 하면 내 말이 잘 먹힌다길래 머리를 많이 굴려 잔소리를 부드럽게 한 것 뿐이었다. 이런 게 대표적인 감정코팅이다.


너 화났지?
너 슬프지?
왜 그래? 속상해서 그래?


아이에게 감정을 물어볼 때는 Yes나 No로 답할 수밖에 없는 닫힌 질문으로 질문하지 말라고 한다. 아이는 아직 자기 감정이 뭔지 잘 모르는데 엄마가 미리 앞서서 '너 이렇게 행동하는 거 보니 이런 감정 느끼고 있는거지?'하고 넘겨 짚어 말해 버리면 아이는 무안할 수도 있고, 부끄러울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당황스러울 것이다. 실제로 순하고 반응이 느린 큰 아이는 내가 '너 화났어?'라고 물어보면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우물쭈물하기만 했다. 그럼 나는 '왜 자기 기분을 자기가 모르지?'이러면서 답답해했다. 지금 돌아보면 사실 사람이 자기 기분을 잘 알아차리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는데 나는 '왜 그것도 모르니?'라는 태도로 아이를 대했던 것 같다.


작은 아이는 내가 '너 화났지?'라고 물으면 자기는 결코 아니라면서 엄청나게 저항을 했다. 내가 보기엔 분명 성질난 게 맞는데 굳이 자기는 화가 안 났다고 우기니 그 다음 대화가 잘 안됐다. 큰 아이는 아예 자기 기분을 모르는 거 같아서 답답하고 작은 아이는 자기 기분을 아는 것 같은데도 아니라고 우기니 그때는 나도 화가 났다. '얘는 정말 키우기 힘든 아이야'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나도 누군가 조심성없이 '너 기분 나쁘지?' 이러면 그 말이 맞을수록 '아닌데?' 하면서 반발하는 적이 많은 것 같다. 부정적인 나의 밑마음을 누군가 나보다 먼저 알아차렸다는 건 좀 부끄러운 일이다. 엄마는 아이가 꼭 나같은 모습을 보일 때 아이한테 화를 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닫힌 질문 대신 열린 질문을 해야 한다고 배웠다. 감정을 물어보는 열린 질문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지금 기분이 어때?

참 부담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살면서 누군가가 나한테 기분을 물어봤던 적은 잘 없었던 것 같다. 기분을 얘기하려면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는 소설책에서 읽은 적은 있어도 실제 대화 안에서 사용은 잘 안했던 것 같다. 아이들 덕분에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어휘를 새로 익히고 연습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20230915_151924.png 감정을 설명하는 다양한 표현들

아이가 기분을 표현하기 어려워한다면 상황을 물어봐도 좋다. 이때도 열린 질문으로 물어봐야 한다. 이랬지? 저랬지? 하면서 따지듯이 물어보는 게 아니라 '무슨'일이 있었는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처럼 what, how, when 같은 의문사를 이용한 질문이 열린 질문이다.

무슨 일이 있었어?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언제 그런 일이 있었어?
언제부터 그런 기분을 느꼈니?


‖경청하기‖


아이에게 상황과 기분을 물어봤으면 이제 잘 들어줘야 한다. 아이의 말을 경청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정말 어떤 날은 하루에도 번갈아가며 엄마를 300번도 더 불렀던 것 같다. 그래서 가 보면 그 중에 90%는 정말 쓸데없는 일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솔직히 엄마로서 아이의 말을 끝까지 귀 기울여 자세히 들어주는 일이 습관이 안되었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항상 없고, 피곤하고.. 빨리 빨리 이야기하고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들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많았다.


감정코칭에서 배우면서 경청도 연습을 많이 했다. 경청이란 '상대의 말을 들었다는 표시를 해주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냥 듣는 것은 귀를 열어서 소리를 듣는 것이고 경청은 마음을 열어서 상대의 마음을 들어주는 것이다. '듣기'와 '경청'의 차이는 이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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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에게 내가 잘 듣고 있다는 느낌을 주려면 상대의 눈을 맞춰주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맞장구를 쳐 주는 등 어떻게든 내가 잘 듣고 있다는 표시를 해 주어야 한다. 내가 잘 듣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상대의 말을 그대로 한번 더 따라서 말해주는 방법이다. 아이가 '엄마, 배고파.' 이러면 '배고파?'하고 따라해주고 '엄마, 친구랑 싸웠어.' 그러면 '아이고.. 친구랑 싸웠다고?'하고 똑같이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다고 너무 아이가 말한 그대로를 따라하면 앵무새처럼 되고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자연스럽게 감정을 담아서 '엄마가 지금 네 말 잘 듣고 있어.'라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공감하기‖


아이에게 질문하고 잘 들었으면 이제 공감을 해줘야 한다. 공감이라는 것도 정말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나랑 나이가 같거나, 성별이 같거나, 처지가 같거나 뭐 하나라도 비슷한 게 있으면 나도 같은 마음이니까 공감을 해주기 쉬울텐데 우리 아이들은 둘 다 아들이다 보니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처지도 달라서 처음에 들어보면 이게 그만큼 울 일인가, 그만큼 화날 일인가 썩 와 닿지가 않았다. 그래도 마음 근육도 근육인지라 아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진지하게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해보고 내 어린시절 기억도 끄집어내고 상상을 통해서라도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니까 공감력도 자란다. 아이에게 엄마의 공감이 잘 느껴지게 하려면 '그런 상황이면 누구라도 그런 기분 느끼겠다, 엄마도 그런 기분 느껴본 적 있다'와 같이 감정에 대한 타당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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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이의 감정을 열린 질문으로 물어봐주고, 감정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상황도 열린 질문으로 물어봐주고, 그리고 나서 아주 잘 경청해주고, 경청한 내용을 진심을 다해 공감해주는 것. 이것이 바로 감정코칭의 3,4단계이고 감정코칭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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