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감정코칭의 5단계

step by spep

by 제비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감정코칭을 처음 배우는 과정은 꼭 수영을 배울 때와 비슷하다. 수영을 배울 때도 손동작, 발동작을 따로 배워서 나중에 합치고 움직임의 단계를 나눠서 하나, 둘, 셋 이런 식으로 구령을 붙여 여러 번 연습한다. 감정코칭도 부모의 말과 행동에 단계를 나눈 후 그 단계들을 따로 연습하다가 나중에 합쳐서 완성한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민망해서 못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배우도 아닌데 아이 역할, 엄마 역할 나눠서 연극 연습하듯이 계속 시연을 하면서 배운다. 감정코칭을 연습할 때는 너무 어색해서 '정말 이런 과정으로 나하고 아이 사이가 변할까'라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많은 어색함과 쑥스러움과 의심과 괴로움이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나의 행동에 단계를 나누고 몸짓부터 목소리 톤, 말의 속도, 대사 한 마디까지 꼼꼼하게 다른 사람 앞에서 시연해보고 다른 사람의 시연을 보는 과정을 통해 정말 현장감있게 자녀양육을 연습할 수 있었다.


감정코칭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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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계에서는 아이의 감정을 포착한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보다는 행동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행동은 눈에 보이고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마들도 학교나 가정에서 감정에 대해 보살핌을 받기 보다는 행동에 대한 가르침만 주로 받으면서 컸기 때문에 내 자녀를 양육할 때도 감정코칭보다는 행동코칭이 훨씬 익숙하고 편안하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의 감정보다는 행동을 지적하는 아주 보편적인 양육 방식이 아이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니 놀라웠다.(그럼 나도 상처받은 게 있다는 걸까?) 아이의 내면세계 깊숙한 곳에 있는 감정은 봐 주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행동이 아이의 전부인 양 야단치고 훈계하는 평범해 보이는 태도가 아이의 자존감에 흠집을 낸다니... 나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말 중요한 아이의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새로운 습관을 길러야 했다.


2 단계는 아이가 강한 감정을 보일 때 엄마가 이것을 좋은 기회로 여기는 것이다. 사실 아이가 긍정적인 감정을 보일 때 이것을 기분 좋게 여기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받아왔다던가 놀이터에서 해맑게 뛰노는 아이를 보면 엄마도 기분이 좋아진다. 문제는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보일 때 엄마가 이것을 좋은 기회로 여기는 일이다. 아이가 울거나 떼쓸 때 이것을 '아이와 내가 연결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이에게 인생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여기는 일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감정코칭의 5단계 중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가 바로 이 2단계였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2단계는 엄마의 회복탄력성이 필요한 단계였다.

내 경우에는 같이 감정코칭을 공부한 선생님들과의 정기적인 스터디를 통해 이 문제를 극복했다. 아이가 힘들어 할 때 내가 이를 좋은 기회로 여기지 못하고 아이의 감정에 휩쓸려버렸던 순간들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선생님들한테 나누고 조언을 구하는 시간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선생님들과 스터디를 하고 나면 다음에 비슷한 순간에 왔을 때 전보다는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었다. 나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과 연대를 이뤄서 지혜를 모으면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여러 어려운 상황들을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돌아봐도 아이를 혼자서만 키우려고 하지 않고 집단지성을 동원해 아이를 키우려고 한 것이 내가 한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아이 한 명을 기르려면 엄마가 사회 공동체와 긍정적으로 잘 연결되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코칭의 핵심인 3,4단계‖

3,4 단계는 동시에 이루어진다. 3단계는 아이의 감정을 들어주고 공감하는 단계이고 4단계는 아이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도록 돕는 단계이다. 이 3,4단계가 감정코칭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해보면 정말 쉽지 않다. 우리집의 경우 내가 아이들의 감정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는 아이들이 자기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 아마 아이들 어릴 때 내가 감정코칭을 많이 해주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큰 아이는 자기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누워서 뒹굴면서 짜증을 부리는 적이 많았다. 나는 아이의 감정을 들어주고 싶지만 아이가 짜증만 내지 감정을 말하지 않는다는 내 하소연에 전문강사님은 "공감은 신체로도 해줄 수 있어요."라는 말을 해 주셨다. 아이가 칭얼거리고 몸을 흔들거나 발을 비비는 행동은 마음이 불편할 때 몸으로 자기 감정을 조율하려는 시도이니 등을 쓸어주거나 꼭 안아주면서 스스로 진정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감정을 들어주고 공감을 하는 것은 꼭 말로 하는 게 아니었다. 때로는 몸으로 해주는 공감에서 아이들은 더 큰 위로를 느낀다. 감정코칭은 말 그대로 감정으로 소통하는 방법인데 감정은 말보다 몸으로 더 잘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공감은 꼭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은 말보다 몸으로 더 잘 전달되는 법!

작은 아이는 괴로운 감정 안에 오래 머물기 싫어서 그런지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면 관심을 돌려서 장난을 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는 아이였다. 작은 아이하고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대화를 통해 스스로 자기 감정을 돌아보고 생각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했다. 작은 아이에게 불편한 감정도 소중한 삶의 일부이니 용기를 가지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게 아직도 어렵다. (이것은 사실 어른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작은 아이는 큰 아이보다 언어 발달이 빠른 편이어서 대화는 잘 되는 편이었다. 그런데 의사소통은 하더라도 감정을 표현하는 걸 불편해하니까 내 말을 다 이해하면서도 못 알아듣는 척 하거나 일부러 자기 감정을 반대로 표현하기도 하는 등 나를 어렵게 만들곤 했다. 지금도 작은 아이는 나의 EQ를 높여주기 위해 태어난 아이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기 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돌려서 표현하거나 엉뚱한 장난으로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하는 적이 많다. 작은 아이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공부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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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지만 서로 다른 두 아이‖


겨우 두 명의 아이밖에 안 키워봤지만 두 아이가 서로 많이 다른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엄마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서로 많이 다르다는 것도 알려주고, 각자 다른 모양 그대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것도 알려준다. 무엇보다도 감정의 영역에서는 아이들이 어른보다 훨씬 전문가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눈빛과 분위기, 말투나 어조로 그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는데 아주 뛰어나다. 감정코칭을 배우기 전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올바른 행동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감정코칭을 배우고부터는 내가 아이들로부터 감정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


솔직하지만 언어 발달이 느려서 말보다는 몸으로 자기 감정 표현을 미숙하게 표현하는 큰 아이나 말귀는 잘 알아듣지만 워낙 개구쟁이어서 온갖 트릭으로 날 자주 시험에 빠뜨리는 작은 아이나 나에게는 정말 감정코칭하기 쉽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나는 이런 어려움을 강사님께 과제를 제출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통해 해결했다. 감정코칭 전문가 과정에서는 과제로 실생활에서 내가 아이와 감정코칭을 하는 장면을 포착해서 선생님께 이메일로 보내고 선생님이 잘한 부분, 잘못한 부분을 첨삭해서 지도해주는 과정이 있었다. 이런 첨삭 지도를 통해 3,4단계에서 어려운 부분들을 수정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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