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행복한 방학을 보내는 사랑의 기술

by 제비

겨울 방학이 왔다. 한국에서도 그러겠지만 하노이에서 아이들과 방학을 보내는 것은 엄마들에게 큰 도전이고 과제다. 한국만큼 다양한 활동 공간도 없고 체험 거리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겨울 방학은 개인적으로 한국에 다녀올 계획이 없어서 일가친척을 방문하면서 조부모님들이나 친지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낼 기회도 없다. 긴 방학을 내내 아이들하고만 지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알차면서도 행복한 방학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뇌과학에서 찾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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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뇌과학에서 길을 찾았다. 뇌과학에서 두뇌의 구조와 발달 순서를 이해하기 위해 사람의 두뇌를 지하실을 포함한 2층집으로 비유해서 설명한다. 지하층에 해당하는 부분은 뇌간이라는 곳으로서 척추와 연결되어 있는 뇌의 가장 아랫부분이다. 심장박동, 호흡, 소화, 땀 분비처럼 생명 유지를 하는 데 필요한 활동들을 담당해서 '생명의 뇌'라고 한다. 이 부분은 사람이 태어날 때 이미 완성이 되어 있다고 한다. 신생아도 호흡하고 먹고 소화를 한다.


1층에 해당하는 부분은 뇌의 중심 부분으로 변연계라고 부른다. 이곳은 '감정의 뇌'이다. 감정, 욕구, 기억과 관련된 활동을 담당한다.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낄 때나 무언가 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낄 때 이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 부분은 아동. 청소년 시기에 발달한다. 아동. 청소년 시기 아이들이 감정적이고 호기심도 많고 식욕이나 성욕 같은 욕구를 많이 느끼는 이유이다.


2층에 해당하는 부분은 전두엽이라고 불리는 '이성의 뇌'이다. 이 부분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로 지적인 활동을 담당한다. 예측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등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전두엽이 발달해야 미래를 계획해서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감정의 뇌'가 어떤 충동을 느낄 때 이런 충동을 조절하는 것도 '이성의 뇌'가 하는 일이다.


어른은 아이가 '이성의 뇌'를 이용해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아이들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현명한 판단을 한 후 명료한 결정을 하고 충동을 조절하여 완벽하게 실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이 이성의 뇌는 평균 27세에 대략 완성이 된 후 전 일생에 걸쳐 차차 다듬어지고 조정이 된다고 한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아들이 딸보다 이 이성의 뇌 부분이 늦게 성숙한다고 하니 아들만 둘 키우는 나에게는 인내심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아이 두뇌의 발달단계에 맞게‖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이 두뇌의 구조와 발달 단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 호흡, 소화, 수면 등 기본적인 생존과 관련된 '생명의 뇌'가 편안하게 돌아가려면 집안 분위기가 안전하고 편안해야 한다. 1층 '감정의 뇌'가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자기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많이 주고 엄마도 엄마 자신의 감정을 많이 표현해 주어야 한다. 즉, 아이들과 감정을 많이 나눠야 한다. 2층 '이성의 뇌'를 발달시켜 주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정답을 가르쳐주기보다는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많이 물어봐 주고 아이가 스스로 바람직한 생각을 해냈을 때 반갑게 환영해주어야 한다.


두뇌 발달의 순서를 모르면 거꾸로 접근하기가 쉬운 것 같다. 일단 이성적인 뇌를 발달시켜야 할 것 같아서 여러 가지 학습에 많이 연연하게 된다. 감정이나 욕구는 자제시키는 게 좋은 거라고 오해해서 감정의 뇌 발달을 잘 도와주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와 갈등이 커져서 서로 화내고 야단치게 미워하게 될 때도 많은 것 같다. 그렇게 부모 자녀의 관계가 나빠지면 아이는 급기야 지하실인 생명의 뇌마저 위협을 느낀다. 안전하다고 믿지 못하는 뇌는 학습에 불리하다. 지하실을 안전하게 잘 다지고 1층, 2층 이렇게 쌓아 올려야 하는데 조급하게 2층부터 완성하려고 하다가 1층도 무너지고 지하실까지 망가지는 형국이다.


‖작은 사랑의 표현을 자주‖


감정코칭에서 배운 내용 중에 Small Things Often이라는 개념이 있다. 아이들한테 작은 사랑의 표시를 자주 해주어야 한다는 거다. 사랑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날 비싼 선물을 한 번 사주는 것보다 일상에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자주 안아주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것 같은 아주 작은 호감의 표현을 여러 번 해줄 때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진짜로 믿고 느낀다. 이 내용이 아이의 두뇌에서 지하층인 '생명의 뇌'를 돌보는 부분인 거 같다. 집안 분위기 자체가 따뜻한 호감 존중의 문화로 채워질 때 아이들은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럴 때 아이들의 생존에 대해 정말 안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긴 방학을 보내면서 개구쟁이 남자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한테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줄지가 내 과제다.


물론 엄마로서 아이들한테 잔소리를 안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아직 철없는 남자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서로 싸우는 일도 많고 너무 늦지 않고 잠자리에 들게 하는 것, 자기 전에 이를 닦도록 하는 것 등 바람직한 루틴을 만들어기 위해 소소하게 잔소리 할 일이 참 많다. 특히 방학 때는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게으르게 굴거나 나태한 모습을 보일 때 정말 애가 많이 타고 둘이 싸우기 시작하면 진짜 머리 아프다. 나는 방학때 아이들이 다른 것보다도 일기를 좀 열심히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들은 일기쓰는 걸 정말 귀찮아 한다.


‖글쓰기의 효과‖


내가 일기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마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기 때문일거다. 일상을 잘 관찰하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많이 느끼고 기록하다 보면 삶이 보다 선명하고 생생해진다. 실제로 글쓰기에 심리적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많다. 예를 들어 1988년에 진행된 연구에서 4일간 대학생 25명에게 과거 나쁜 사건에 대한 기억을 감정적 표현을 사용하여 자세히 적어보도록 했다. 그리고 나머지 25명에게는 그냥 피상적인 일지를 쓰라고 했다. 6주 후 감정적 표현을 담은 글쓰기를 한 그룹이 더 긍정적 기분을 많이 느끼고 면역세포의 기능이 증진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나쁜 기억이라 하더라도 자세히 감정적으로 글을 쓰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긍정적이 된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 외에도 1995년에 수녀들을 대상으로 한 치매 연구에서도 풍부한 감정이 담긴 글쓰기의 많이 한 수녀들이 치매에 걸리지 않고 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보냈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연구 내용을 들으면 아이들한테 일기쓰기를 강요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거라도 아이들이 싫어하는데 자꾸만 억지로 시키면 아이들과의 관계가 망가지게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나한테 좋은 거라고 아이들의 here and now 에 딱 맞는 것은 아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좋은 조언을 해 줄 필요도 있지만 좋은 연결이 먼저다. 좋은 연결을 잘 유지한 상태에서 내가 모범을 보여주다 보면 언젠가 아이들도 자기한테 잘 맞는 길을 잘 찾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아이들과 호감 존중의 문화 안에서 적당히 하기 싫어하는 공부나 일기쓰기, 크고 작은 생활습관에 대한 잔소리도 해가며 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Good Connection과 Good Advising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부디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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