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장을 환영하라
아이에게나 엄마에게나 인생의 큰 고비가 아이의 사춘기다. 사춘기야말로 있는 그대로 아이를 믿고 사랑해주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우리 아들은 키도 작고 좀 천천히 자라는 편이라 아직 철이 없지만 우리 아이 친구들은 벌써 여드름이 나기 시작하고 목소리가 달라지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자주 봐서 마냥 어린애로만 여겨지던 녀석들이 어느 날 문득 낯설게 느껴지면 내심 당황스럽고 어색하다. 이렇게 매일 커나가는 아이들, 그래서 어제와 또 다른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랑해줘야 할까? 역시 우리 두뇌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면 조금은 접근이 쉬운 것 같다.
사춘기의 아이들은 어른이 보기에 좋게 변한다기 보다는 안 좋게 변한다. 좀 말이 통하는가 싶었는데 다시 말이 안 통하는 아이가 되고 약간 이성적으로 변했나 싶었는데 다시 아주 감정적으로 된다. 집중력이 좀 생겼다 싶었는데 다시 어수선해지고 겨우 성실한 생활 습관이 자리잡았나 싶었는데 다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엄마를 힘들게 한다.
이런 사춘기 아이의 변화는 정상적인 뇌 발달 때문이라고 한다. 뇌는 생후 2년동안 뇌세포의 연결이 폭발적으로 많아진다. 그러다가 자라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연결은 정리하고 많이 사용하는 뇌세포의 연결만 남는다. 그러면서 아이는 점점 엄마와 의사소통도 할 수 있게 되고 집중력도 생기고 이닦기, 정리하기 등 간단한 자기 생활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어엿한 어린이로 성장한다. 그런데 사춘기가 되면 뇌는 다시 한번 전격적인 리모델링을 시도한다고 한다. 생후 2년간 일어났던 뇌세포의 폭발적인 연결이 다시 한번 일어나는 것이다. 이후 성인으로서의 삶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새로운 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머릿속은 다시 혼란스러워진다. 예전에 단순하게 엄마 말을 믿고 그러려니 하면서 순종적이던 아이도 의심하기 시작하고 스스로 직접 확인하기를 원한다. 호기심은 생후2살짜리 아이만큼 많아지고 집중력은 8살짜리 아이보다 못해진다. 아이의 뇌에서 전격적으로 리모델링을 하는 곳은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부분이고 가장 활성화되는 부분은 그 아래 감정과 욕구를 담당하는 변연계 부분이다. 그래서 사춘기의 아이는 이성적인 판단이나 합리적인 사고를 못하고 오히려 감정적으로 예민하기만 하다. 어릴 때 안 하던 엉뚱한 사고를 치기도 하고 어이없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인만큼 방 정리도 엉망이어서 엄마를 실망시킨다. 엄마는 화가 난다. 덩치라도 작으면 이해하겠는데 몸은 성인만큼 커가는데 하는 짓은 어린애만도 못하게구니 속이 상하는 것이다. 엄마가 보기에는 다 알 만한 아이가 알면서 일부러 엄마 속을 터지게 하려고 그러는 거라고 오해할 수밖에 없다.
사춘기 아이들의 특징 중에 주목할 부분은 잠에 대한 부분이다. 사춘기 아이에게는 신생아들이 그렇듯이 잠이 많이 필요하다. 뇌가 리모델링하고 있다는 표현처럼 뇌세포들끼리 연결이 복잡해지면서 뇌가 성장하려면 수면이 많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 아이들은 또 잠을 많이 안 자려고 한다.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공부하라며 잠을 줄이라는 압력을 주기도 하고 밤늦게 깨어 있으면서 어른들 몰래, 남들이 접근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즐기려고 하기도 한다. 신체적으로는 잠이 많이 필요한데 여러 가지 이유로 수면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아이들은 짜증도 늘고 집중력이나 기억력도 저하가 된다. 성적이 떨어지고 부모와 갈등이 커진다.
수면 패턴도 변한다.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십대 아이들을 데리고 여러 차례 실험을 한 결과 십대 아이들에게 시간에 관한 정보를 주지 않고 그냥 두면 어른이나 아이보다 2시간 정도 늦게 자고 2시간 정도 늦게 일어난다고 한다. 사춘기 아이들이 밤 늦도록 깨어있으려고 하고 아침에 잘 못 일어나는 건 우리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인종과 국적을 막론하고 일반적으로 다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기만 해도 엄마로서 늦잠자는 사춘기 아이들을 좀 더 부드럽게 대해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변화는 삶의 본질이다. 아이가 변한다는 것은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아이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주고 잠시의 방황을 기다려주면 아이는 천천히 자기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사춘기 아이의 뇌가 리모델링 중이라는 사실, 그래서 아이가 어수선해지고 정신이 없고 잠은 부족해서 항상 피곤한데 호기심 때문에 잠은 안 자려고 해서 그렇게 짜증이 나는 거라는 걸 이해한다면 사춘기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이가 완전히 사춘기로 접어들기 전에 이런 내용들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아이가 전보다 짜증이 늘고 이해가 안가게 굴어도 이해해주고 사랑해 줘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아이의 성장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