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감정을 나누는 법

칭찬의 역기능과 순기능

by 제비

아이와 부정적 감정을 나누는 일이 중요한 만큼 긍정적 감정을 나누는 일도 중요하다. 아이와 긍정적 감정을 나누는 일은 아무래도 부정적 감정을 나누는 일보다는 덜 부담스럽다. 아이가 어떤 일을 잘 성취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나 뭔가 재미있는 일을 발견해서 기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등 아이가 밝고 명랑하고 긍정적 기분을 느낄 때 엄마가 함께 기뻐해주는 일은 엄마에게도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것도 아주 쉽지만은 않다. 아이가 기분이 좋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엄마가 함께 해 주려면 엄마가 정신을 잘 차리고 아이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아이의 표정이 밝아지고 미소가 지어지고 목소리가 가벼워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함께 웃어주고 경쾌하게 맞장구쳐주고 하이파이브를 해 주려면 엄마가 편안하고 자기 생각에 빠져있지 않아야 한다.


엄마가 아이와 긍정적 감정을 나눌 때 많이 사용하는 게 '칭찬'이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칭찬에 역기능도 있고 순기능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칭찬을 잘하면 아이를 기분 좋게 만들고 아이로 하여금 어려운 일에 도전하게 만들며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다. 그런데 칭찬이 오히려 독이 될 때도 있다. 아이가 부모의 칭찬 때문에 부담을 느끼거나 부모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거나 원치 않은 일을 억지로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 어른의 칭찬과 인정이 오히려 아이로 하여금 자기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해서 역기능적이 되는 것 같다. 과연 어떤 칭찬이 정말 아이에 대한 격려이고 사랑이며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좋은 칭찬일지 어려운 문제이다.


‖칭찬의 역기능‖


내 생각에 아이를 칭찬할 때 엄마의 동기와 마음가짐이 참 중요한 것 같다. 많은 경우 엄마들은 아이를 엄마가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수단으로 칭찬을 이용한다. “이렇게 해봐, 정말 잘했어. 훌륭해. 또 이렇게 해봐..” 낚시를 할 때 미끼로 물고기를 유인하는 것처럼 칭찬으로 아이를 유인하는 것이다. 그것도 가끔은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고 도움이 될 때도 있다. 그런데 너무 자주 이용하면 아이가 자기 모습대로 크는 것을 방해하기도 하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서 엄마의 의도를 간파하게 되면 더 이상 이 방법이 먹히지 않는 때가 오기도 한다.

정말 잘했어.
훌륭해.
최고야!

그리고 가끔 칭찬을 하려다가 평가나 비교가 두드러져서 원래의 의도가 흐려질 수도 있다. 큰 아이를 칭찬해 준다는 것이 작은 아이에 대한 비하가 될 때도 있고 누군가 평가를 하고 있다는 시선이 오히려 아이들을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잘하는구나!
엄마, 나는??

너무 과장된 칭찬은 서로의 신뢰를 흐릴 수가 있고 내가 납득이 안 되는데 누군가 계속해서 나를 치켜주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고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아이한테 '천재다.' '피카소네.' '천사 같다.' 이런 말은 안 좋다고 한다. 오히려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 뿔난 마음이 들 때도 있는데 천사 같다는 말을 자주 들으면 엄마에게 솔직해지기가 어렵다. 상투적인 칭찬보다는 엄마는 어떤 부분에서 어떤 느낌을 받아서 어떻게 좋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주어야 진정성 있는 칭찬이 된다.

천재다.
피카소네.
천사 같다.


결과보다 과정을 인정해 주는 편이 더 좋다. 칭찬을 할 때도 무조건 아이를 치켜주기보다는 아이의 감정을 잘 포착하여 아이하고 마음에 맞춰서 적절하게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감정코칭’이다. 아이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때 본인이 자랑스러워하는 그 마음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고 아이가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낙담을 할 때도 그 마음을 알아주고 하지만 엄마가 보기에 이 부분은 참 좋았다고 진심으로 말해주는 것이 좋다. 자신은 아닌 거 같은데 '아니야, 잘했어. 훌륭해' 하는 것은 아이에게 엄마의 피상적인 위로로 들린다. 어쩌면 아이의 진짜 마음보다 엄마가 원하는 어떤 훌륭한 마음, 긍정적인 마음을 은연 중에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칭찬‖


내가 정말 좋은 칭찬을 들었을 때 그 느낌을 잘 알아차리고 기억해 두면 내가 아이를 감정코칭 할 때 도움이 된다. 한 번은 누군가에게 내가 전보다 아이들한테 감정코칭을 잘하더라는 칭찬을 들었다. 그런데 칭찬 속에 예전에 내가 못했던 부분이 강조되는 바람에 순간 기분이 어색해졌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평가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상대는 분명 좋은 의도로 한 말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의도가 다르게 전달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기억에 남는 칭찬도 있다. 감정코칭을 배울 때 가정에서 아이와 있었던 일을 기록해 강사님께 메일을 보내면 강사님께서 내가 잘한 부분과 잘못한 부분을 첨삭하여 피드백해 주는 과정이 있었다. 한 번은 아이들과 겪었던 사소한 에피소드를 보냈는데 강사님으로부터 '선생님이 보내주신 사례를 읽고 많이 배웠습니다. 소중한 사례 나눠주셔서 감사하고 이 사례를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답장을 받고 놀랐다. 내가 우러러보는 강사님으로부터 이렇게 품격 있고 겸손한 피드백을 받을 줄 몰랐다. 나도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 주면 이렇게 뿌듯하고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엄마가 너한테 많이 배웠다. 좋은 모습 보여줘서 정말 고마워. 네가 노력했던 모습과 그 시간들을 엄마가 소중하게 기억할게'라고 말이다. 이런 칭찬이 정말 우쭐함보다는 뿌듯함으로 교만함보다는 순수한 기쁨으로 기억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잘했어!
대신
고마워!!

‖호들갑보다는 담담한 반영으로‖


조벽 교수님께서는 감정코칭은 ‘존재에 대한 미러링’이라고 하셨다. ‘미러링’은 한국어로 ‘반영’이라고 하는데 거울처럼 상대를 비춰준다는 뜻이다. 굳이 호들갑 떨면서 아이를 이래 저래 치켜주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너 이런 점이 훌륭하구나. 나는 너의 이런 모습이 참 좋다.'라고 비춰주면 아이가 믿을만한 어른이 비춰주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 난 이런 부분이 괜찮은 사람이구나.'하면서 깨닫게 만드는 것이 진짜 칭찬이라는 것이다.


감정코칭은 말이나 글로 배우기가 참 어렵다. 감정이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감정코칭은 경험으로 느끼면서 배워야 한다. 조벽 교수님께서 ‘존재에 대한 미러링’이라는 표현을 하실 때 그것이 말로는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됐지만 감정으로는 그게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바로 그 순간에 교수님께서 담담하게 강의를 듣는 우리를 비춰주고 계셨기 때문이다. 호들갑스러운 칭찬은 아니었지만 담담하게 우리를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고 인정해주고 계시다는 게 느껴져서 그 순간이 참 의미 있게 기억된다. 이런 게 ‘존재에 대한 미러링’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충전받을 수 있는 조벽 교수님, 최성애 교수님이 계시고 함께 공부하는 동료 선생님들도 계셔서 참 행복하다. 나도 우리 아이들한테 내가 선생님들로부터 받은 담담한 지지와 사랑이 담긴 인정으로 칭찬해 줄 수 있는 그런 현명한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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