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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비 Nov 17. 2023

미키7

봉준호 감독 차기작의 원작 소설

<기생충>으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한국의 천재 영화 감독 봉준호 감독이 내년 3월에 개봉할 예정인 영화가 있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제목은 <미키17>인데 이 책의 원작 소설이 한인회 도서실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얼른 대출해서 봤다. 제목은 <미키7>이다. 원작 소설과 영화 사이의 제목 차이가 무슨 의미인지 표지만 보고는 알지 못했다.


<미키7>의 작가는 에드워드 애쉬턴이라는 분인데 책날개에는 뉴욕에서 대학원생에게 양자물리학을 가르치고 목공예를 즐기는 소설가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양자물리학은 단어만으로도 압박이 느껴지는, 누가 봐도 어려워 보이는 학문인데 그런 내용을 대학생도 아닌 대학원생에게 가르치다니 물리학 박사 이상은 되는 분 같다. 그런 거창한 이력을 목공예를 즐긴다는 소박한 취미와 비슷한 무게로 언급하는 것이 이 애쉬턴 작가 특유의 유머 코드이다. 애쉬턴 작가의 이런 독특한 유머 코드는 소설 전체를 유쾌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애쉬턴 작가의 명랑한 문투와는 상반되게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암울하다. 기후 위기로 세계가 멸망한 후 우주를 떠돌며 개척지를 조사하고 다니는 미래 인류의 이야기이다. 지구가 멸망한 뒤 살아남은 인류는 드라카라는 우주선을 타고 니플하임이라는 얼음 행성에 도착하여 고군분투를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익스펜더블’이라고 불리는 소모 실험체로서 죽을만큼 위험한 일에 투입되서 실제로 죽으면 그 기억을 그대로 받아 예전 소모체가 알고 있던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는 복제인간으로 새로 태어난다. <미키7>이라는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는 그 앞에 미키1부터 미키6까지 소모품으로 죽었음을 의미하고 지금 이 책의 주인공은 7번째 미키여서 미키7이 되었다는 설정이다.


소설은 SF소설 답게 과학적 상상력과 인간 실존에 대한 철학적 문제의식이 가득하다. 이야기는 미키7은 어이없이 발을 헛디뎌 얼음 구덩이 아래로 추락하면서 시작된다. 도저히 빠져나오기 힘들 것으로 생각해서 죽은 것으로 보고되지만 토착 생명체이자 적이라고 간주했던 크리퍼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남아 기지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 사이 이미 복제된 미키8과 마주하게 된다. 과거 끔찍한 역사를 이유로 익스펜더블이 동시에 두 명 존재하는 것을 매우 엄격하게 금지하고 죄악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죽어야만 한다. 


그러나 둘은 어떤 미키가 죽어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차후 위험한 임무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한 미키가 사망할 때까지 불편한 공존을 해 보기로 결정한다. 그러면서 소설은 자연스럽게 인간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요즘 노화를 억제하는 연구가 깊어지고 있고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소설 <미키7>의 배경이나 상황, 문제의식이 결코 상상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무거운 주제지만 작가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빠르고 가볍게 읽히는 이 이야기가 봉준호 감독의 연출로 또 어떻게 각색되어 영화로 등장할지도 관심사이다. 봉준호 감독이 출간되기도 전에 원고를 먼저 읽고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는 <미키7>을 하노인 교민들께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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