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 눈으로 본 독재국가의 실상
<미래의 아랍인>은 2015년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프랑스 만화가 리아드 사투프의 그래픽 노블이다. 앙굴렘 국제만화제는 1974년부터 프랑스 앙굴렘에서 매년 개최하는 만화제로 이탈리아의 루카 코믹스와 일본의 코믹 마켓과 함께 세개 3대 만화제 중에 하나이다. 리아드 사투프는 2010년에도 다른 작품으로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상을 탄 적이 있어 앙굴렘 대상을 2번 이상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다.
<미래의 아랍인>은 리아드 사투프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있다. 프랑스에서는 6권짜리 만화인데 한국에는 아직 2권까지만 번역본이 나와있다. 시리아의 수니파 집안 출신의 아버지와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프랑스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 유년기를 독재국가인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보낸 이야기가 <미래의 아랍인> 1권에 담긴 이야기이다.
내용은 매우 매우 충격적이다. 리아드의 아버지 압델 라작는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지성인이다. *범아랍주의를 주장하는 아랍인인 동시에 자유와 혁명의 도시 프랑스에서 대학 학위를 받은 라작은 프랑스 대학에서 엘리트 유학생으로 지내던 시절 프랑스 여대생이던 리아드의 어머니 클레망틴을 만나 결혼하여 리아드를 낳는다. 라작은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옥스포드 대학에서 전임강사 제안이 들어왔지만 자신의 범아랍주의를 실현할 목적으로 독재국가 리비아의 허름한 대학 교수직을 선택한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리아드 가족의 고난이 어린 리아드의 순수한 눈으로 꾸밈없이 그려진다. 리아드는 맑은 눈으로 아무런 편견없이 독재국가 리비아에서 보낸 자신의 유년시절을 본 그대로 전하는데 그것이 어느 누구의 신문 기사나 TV 뉴스보다도 훨씬 더 냉철한 리비아 실상에 대한 고발이 된다. 군부 독재자 카다피 치하의 리디아는 무질서하고 궁핍하고 이율배반적이며 처참하다. 인민의 복지를 배려한다며 무상주택공급, 식량배급에 이어 생활행동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통재하는 독재국가의 실상을 볼 수 있다.
리아드의 가족은 곧 프랑스로 탈출하게 되고 다시 아버지 고향 시리아로 이주하게 된다. 자유국가 프랑스도 꼬마 리아드의 해맑으면서도 거침없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걸어가는 여자를 희롱하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집 앞에 사는 괴상한 노파, 앞뒤가 안 맞는 대화를 하면서도 즐거운 유치원 친구들 등 꼬마 리아드의 눈에는 프랑스도 이상하기 짝이 없는 희한한 나라일 뿐이다.
시리아는 더하다. 아버지 고향이라고는 하지만 아버지와 사이가 나쁜 가족들이 있고 리아드도 사촌들에게 괴롭힘을 겪는다. 거기에 불법과 폭력을 당연시 여기는 시리아의 현실이 꼬라 리아드로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시리아 출신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금발의 유럽인으로 태어났지만 아버지로부터 범아랍주의 사상을 강요받는 꼬마 리디아는 어떻게 성장할까? 다음 내용도 궁금하지만 아직 한국어 번역본이 2권까지밖에 안 나와있다니 안타깝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 마르얀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와 함께 3대 그래픽 노블로 꼽히는 리아드 사투프의 <미래의 아랍인>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재미있는 만화로 그려내는 낯선 문화권의 이율배반적인 이야기 안에서 내 안에 있는 모순과 혼란도 함께 발견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그래픽 노블을 좋아한다면, 낯선 문화권 안의 새로운 이야기 속에서 내 삶의 방향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범아랍주의
아랍 민족을 중심으로 통일된 국가를 이루려는 범민족주의 운동.
*아랍인
주로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의 아랍 국가에 거주하는 셈족 계통의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은 아랍어를 모어(母語)로 사용하며,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이고, 5~6%는 기독교 신자이다.